안전관리책임자 둘 형편 안돼 경영자가 모든 책임 져야 할 상황
중대재해법 놓고 “中企 외면…제재 폭격에 도산 속출” 우려

코로나19가 관통한 지난 1년 동안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부터 주 52시간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까지 현 정부 들어서 중기를 옥죄는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사진 = 아시아경제 DB

코로나19가 관통한 지난 1년 동안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부터 주 52시간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까지 현 정부 들어서 중기를 옥죄는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사진 =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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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김철현 기자, 김희윤 기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는 경제 반등의 중심으로, 코로나 이후 시대를 여는 디지털 경제의 주역으로 확실히 세우겠다." 지난해 10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그 이후도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중기업계를 둘러싼 온도는 대통령의 열의와 사뭇 다르다. 코로나19가 관통한 지난 1년 동안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부터 주 52시간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까지 중기를 옥죄는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중기를 위한다는 정부가 외려 중기에 더 가혹하다는 토로가 쏟아지는 이유다.


안전관리책임자 따로 둘 수 없는 중기 타격

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기업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여기서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ㆍ총괄하는 대표 또는 안전보건담당 이사다. 결국 안전보건담당 이사를 별도로 둘 형편이 안되는 중기의 경우 경영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대기업은 전문가를 따로 두고 안전관리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지만, 중기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19와 불황으로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결국 기업 소유자이자 경영자인 대표자가 안전관리자 역할까지 해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다. 울산 소재 조선협력업체 인향의 양충생 대표는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예방할 기회나 준비가 전혀 없이 대표만 처벌하겠다고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중기를 옥죄는 법안이 줄줄이 통과될 때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하지 말라는 말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 법안은 모든 문제를 업체 대표에게 대비하라는 내용인데, 현실적으로 벌금, 사업주 형사처벌,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중기에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제재 융단폭격으로 도산까지 가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현재 논의 중인 중대재해법은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법 준수요건 강화와 함께 정부 차원의 산재예방을 위한 행정 시스템 보완이 선행돼야지 모든 책임을 기업에게 전가하는 현 법안은 세계 어느 나라도 준수할 수 없는 악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더 가혹한 정부 원본보기 아이콘

중기에 더 가혹한 정부, 기업부담 늘어나

중기의 경영을 위협하는 정부 정책은 중대재해처벌법만이 아니다. 입법예고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담은 상법개정안도 있다. 중기 업계는 집단소송제의 경우 소송건수 및 기업패소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자금 여력이 없는 중기는 소송 대상이 되면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징벌적 손해배상이 상법에 도입되면 적용 범위가 너무 포괄적으로 확대돼 악용 가능성이 있고 기업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한다.

지난달 17일 확정 발표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도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이다. 특히 주물, 열처리 등 뿌리업종의 경우 전기요금의 제조원가 비중이 1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 시 큰 타격이 예상된다. 계도기간이 종료된 주52시간제에 대해서도 코로나19로 중소기업의 39%가 도입 준비가 되지 않았고,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업체는 83.9%가 준비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업계의 호소다.


결국 철회됐지만 대표자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높을 수 밖에 없는 법인 중기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중소법인 초과유보소득 과세방침도 업계의 우려를 가중시킨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도 누구나 검찰에 고발이 가능해져 지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유지됐지만 업계는 고소고발 남발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경영에 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노심초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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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화되는 규제를 견디다 못해 파산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법인 파산은 98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했다. 또 법인기업는 지난해 11월 기준 8188개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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