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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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앤드류 양은 기본소득을 선거공약으로 걸었다. 모든 성인에게 월 1000달러를 조건 없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연 2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그의 기본소득안은 미 연방정부가 매년 지출하는 사회보장연금, 노령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지원금을 합친 금액과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그의 공약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큰 지지를 받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프로레타리아의 합성어)'의 저자 영국출신의 가이 스탠딩은 사회정의, 자유, 안전에 기여하며 이 긍정적 효과를 고려할 때 기본소득이 나태를 조장하고 직업윤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당초 기본소득이 관심을 받은 것은 세계경제가 부진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이 정체돼 생활수준이 쉽게 개선되지 못한데서 연유한다. 더욱이 디지털 기술혁명이 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본소득의 취지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 지 의문이 있다. 우선 납세자의 부담이 너무 커 모든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충분치 않다. 앤드류 양이 받았던 비판 또한 없는 사람들에게 월 1000달러는 부족한데 왜 있는 사람들까지 받아야 하는가였다.

나아가 가이 스탠딩도 규정했듯, 기본소득이 불로소득 자본주의 경제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면 정부는 우선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고용모델을 바로잡아주는 게 마땅하다. 더욱이 기본소득의 도입으로 사회적 필수노동의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기본소득을 실험했다. 다만 엄격한 기존 고용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지 실험하는데 목적이 있었기에 기본소득을 실직자들에게 지급했다. 현 제도에서는 실업수당을 청구할 때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월 560유로의 기본소득을 받는 2000명의 실험대상자는 비슷한 혜택을 받는 기존 고용정책의 규제요건을 적용 받지 않았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이 고용에 미치는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만약 핀란드의 실험이 항구적이었다면 결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기본소득이 일시적인지 항구적인지 여부가 고용에 다른 함의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항구적인 기본소득의 도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일반균형모형으로 분석한 연구는 기본소득을 공동선의 논리로 내세울 때 빠질 수 있는 함정을 보여준다. 기본소득 도입으로 늘어날 정부 예산뿐 아니라 그 재원의 구체적인 조달방안은 고용, 소비 등 경제활동에 대한 의사결정과 국민경제차원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학자들도 우리나라에 기본소득이 도입될 때 그 파급효과를 분석해서 발표했으나 선행 해외연구와 마찬가지로 호의적이진 않다. 기본소득이 소득감소에 따른 보험기능을 수행하지만, 대신 노동공급이 줄어들고 재원조달과정에서 근로유인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자본축적이 감소해 생산과 소비활동이 모두 둔화되는 결과도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사회후생수준 역시 감소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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