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급속하게 전파됐다. 지난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는 단순한 유행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사건이 됐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코로나19 유행병이 세계질서를 영구적으로 변경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국제질서의 '뉴 노멀'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세계화라는 구조적 환경이 한몫했다. 세계화는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의 국제적 이동의 자유를 증진시켜 전 세계적 차원에서 경제적 통합이 이뤄지는 과정이다. 세계화는 각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한 국가에서 발생되는 문제가 다른 국가들로 전파되는 위험성 전염효과 역시 심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금융적 위험성이 얼마나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건이라면,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는 세계화와 함께 보건적 위험성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세계화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높여 탈세계화를 촉발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우선 세계무역의 급속한 축소는 세계화에 따른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인 피터 나바로는 미국 경제가 "글로벌 가치 사슬에 위험할 정도로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프랑스 재무부 장관인 브뤼노 르 메르는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인 필 호건은 "개방적 무역정책은 향후 경제 회복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역시 "개방적 무역체제는 호주 경제 번영의 핵심적 요소였지만 국내 경제적 주권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화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필요한 국제 리더십 역시 심각하게 훼손됐다. 미국은 1945년 이후 국제질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패권적 리더십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함은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높였다. 이는 미국의 연성권력(soft power)을 상당부분 약화시켰다. 또 미국의 패권적 리더십을 대체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상정됐던 중국의 연성권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제적 주권 또는 자율성을 회복하려고 하는 국가들의 노력과 국제적 리더십의 공백이 결합되면 세계화의 축소와 불안정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갈등적 탈세계화'가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의 '뉴 노멀'이 될 수 있다.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한국은 갈등적 탈세계화라는 새로운 질서에서 생존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중견국가로서 한국은 갈등적 탈세계화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적 협력과 합의를 통해 세계화의 위험성을 완화할 수 있는 '관리되는 세계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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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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