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리더들 "코로나19 이후 기업 지급불능 위기 막아야"
드라기·라잔 등 전 중앙銀 총재 포함된 G30, 보고서 내
"광범위한 유동성 확대 보다는 지원대상 맞춤 지원 필요"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라구람 라잔 전 인도은행(RBI) 총재 등 글로벌 금융 리더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지급불능 위기'를 우려하고 나섰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식의 경기 부양이 한계를 맞으면 기업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들 리더는 지원 대상 범위를 좁히고 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파산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간) 국제경제분석기구 G30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업 부문 재건과 구조조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건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빠르고 신중한 정책을 촉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G30는 전 세계 금융 정책을 자문하는 싱크탱크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을 비롯해 장클로드 트리셰 전 ECB 총재, 마크 카니 전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등이 회원으로 포함돼 있다.
G30의 우려는 막대한 유동성을 푸는 정책으로는 기업활동을 떠받치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저금리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다쓴 기업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이 중단되면 '지급불능 절벽'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와 관련해 "기업의 부실대출이 빠르게 늘었다"고 지적하면서 지원 대상 범위를 좁혀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기업에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생이 어려운 '좀비기업'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파산하도록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존이 어려운 기업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반발이 발생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 '어려운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라잔 전 총재는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고 필요한 창조적 파괴를 관리하는 것에 집중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다만 살릴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선 유동성 공급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펀더멘털은 건전하지만 자산이 부족한' 기업을 구할 수 있도록 파산 관련 법을 바꾸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G30는 활용할 수 있는 재정이 제한적인 만큼 민간 부문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기업이 지원을 받게 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의 녹색화 같은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는 조건을 지키도록 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라는 것이다. 이 밖에 민간 금융이 가계와 기업에 지속적으로 대출을 제공하고 경제 회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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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를 주도한 드라기 전 총재는 "지불능력 위기는 이미 많은 국가의 기업부문 저변에 스며들어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가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다"며 "막대한 유동성 지원과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따른 혼란으로 문제의 전체 범주가 가려져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부양책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그 돈을 어떻게 잘 쓰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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