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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간 남편 콘돔 챙겨줘야" 대학교수 발언 논란…대학 내 성차별 발언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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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출장가면 관계할 수 있어", "콘돔 챙겨주는 게 지혜…"
대학 내 성폭력…2015년 73건→2018년 115건
전문가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만들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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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부산의 한 사립대 A 교수가 수업 중 "남편이 해외 출장을 가면 콘돔을 챙겨줘야 한다"는 등 성매매와 성접대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대학 내에서의 성차별·성희롱 등의 성폭력 사건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 대부분이 교수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교 내에서의 '권력형 성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부산 한 사립대에 따르면, 지난달 말 A 교수는 모 학과 전공선택 온라인 강의에서 성병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던 중 "남자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외국 출장을 가면 접대를 받거나 매춘부하고 관계를 많이 하는데, 이럴 때 반드시 콘돔을 써야 한다"는 등 문제성 발언을 했다.


A 씨는 또 "여학생들도 성인이 됐으니까, 결혼해서 남편이 해외 출장을 가면 반드시 콘돔을 챙겨줘야 한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외국 출장 가서 사람들과 술 마시다 보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지혜를 갖고 그런 말 할 수 있는 아내가 돼야 한다"라며 성매매·성접대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A 교수의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학교 측은 해당 온라인 강의를 삭제 조치했다. 이 강의를 수강한 50여 명 중 80%가량은 여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일자 A 교수는 "학생들에게 성병 예방과 증상을 강조하기 위해 성병 감염에 노출될 수 있는 사례를 들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예방을 위해서는 콘돔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걸 강조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A 교수는 이어 "같은 강의를 5년간 하면서 지금까지 문제 제기가 없었는데, 의도와 상관없이 논란이 돼 안타깝다"며 "불편해하는 학생이 있다면 앞으로 관련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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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희롱·성차별성 발언을 한 사건은 과거에도 발생한 바 있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사립대 명예교수 B 씨가 수업 중 남성을 '물뿌리개', 여성을 '꽃'에 빗대면서 "집 꽃 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들다 말라 죽으면 남자 손해" 등 학생들에게 성차별성 글을 읽게 하는 과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학 내 성폭력의 심각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 1월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대학·전문대학)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2015년 73건에서 2018년 115건으로 57.5% 증가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2018년 기준 성희롱(65건) 사건이 가장 많았고, 성추행(46건)과 성폭행(4건)이 뒤를 이었다. 특히 2018년 일어난 성폭력 115건 중 85건(73.9%)은 가해자가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저런 발언이 교육 현장에서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수업 중에 이런 걸 '아내의 지혜'라고 떠드는 사람이 교수라니"라며 "지금껏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불편해하는 학생이 있으면 앞으로 안 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더 충격적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건지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교수 이상 교수와 학장, 처장, 부총장 등 대학·전문대학 고위직의 성폭력 예방 교육 참여율은 다른 공직 집단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대학 내 고위직의 교육 참여율은 75.1%로, 국가기관 고위직(90.7%), 공직유관단체 고위직(95.1%)에 비하면 참여율이 저조했다.


학교 내 성차별·성희롱 등의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할 강화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해당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성매매는 범죄에 해당하고 혼인을 한 사람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불법행위인데 '아내가 남편의 성매매를 위해 콘돔을 챙겨줘야 한다'는 발언은 이미 불법과 범죄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강의에서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하는 것은 해당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라며 "5년 동안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해서 문제가 아닌 것이 아니다. 사회는 계속 변화하고 있고, 과거엔 문제로 지적되지 않았지만 문제가 되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5년간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던 사회의 분위기를 개선할 생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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