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투표 '몽니'에도 끌려다니는 공화당
트럼피즘 추종세력, 미국 보수 핵심지지층
미국우선·백인우월 선동에서 정치사상으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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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불복 선언으로 정권이양기에 들어선 미 정계의 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례가 없는 일임에도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력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공화당마저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는 공화당 내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으로 떠오른 '트럼피즘(Trumpismㆍ트럼프주의)' 세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피즘은 대외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 대내적으로는 백인우월주의, 종교적으로는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를 중심으로 설계된 우익 포퓰리즘을 뜻하는 단어로 원래는 단순한 선동을 뜻했죠. 그러나 트럼피즘을 추종하는 유권자들이 공화당의 핵심지지층으로 부상하면서 공화당은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분리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사 이번 대선의 패배를 승복하고 백악관을 나온다해도 그의 말처럼 2024년에 또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꽤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7300만표 역대 최다 득표 패배자 트럼프...여전히 그가 필요한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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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수도 워싱턴DC로 몰려들어 백악관과 연방대법원 등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 지지세력들에게 이른바 '100만 마가(MAGA) 행진'이라 불리고 있는데 마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의미하죠.

앞서 3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지금까지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편투표로 뒤집어진 결과를 승복할 수 없으며, 대선과정에 부정이 발생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공화당도 이 주장에 계속 끌려다니고 있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중 바이든 당선인에게 승리를 축하한 인물은 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 중인 대선관련 소송전의 추이를 아직까진 계속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폴리티코는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에 참여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 트럼피즘 추종자들의 표심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필요하다. 그는 엄청난 추종자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죠. 공화당 입장에서는 미국 보수층의 가장 큰 지지기반으로 떠오른 트럼피즘 추종자들을 배제한 상황에서 상ㆍ하원 선거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입장이라 그의 몽니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인기가 얼마나 강한지 이번 대선으로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CNN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미 대선 투표 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7307만673표를 획득했습니다. 그보다 약 500만표 이상 많은 7860만7431표를 획득한 바이든 당선인이 역대 최다 득표 당선인임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패배자로 기록되게 됐죠. 지금까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7000만표 이상 받은 정치인이 이 두 사람 밖에 없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앞서 8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7000만표 이상의 지지를 얻었으며 이는 놀라운 정치적 성과"라며 "그의 목소리는 공화당원들을 통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발언하기도 했죠.

미국우선주의·백인우월주의·복음주의기독교 포섭한 '트럼피즘'...선동에서 사상으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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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기 비결로 알려진 트럼피즘은 사실 사전적으로 정의된 단어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미국 언론에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서 돌풍을 일으킬 당시 그가 자극적 언행으로 기성 정치권에 반감을 조장하는 우익 포퓰리즘 선동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와 '포퓰리즘', 두 단어를 합쳐 트럼피즘이란 단어를 만든 바 있죠.


그러나 그의 집권 4년 동안 트럼피즘은 이제 단순한 선동에서 미국 정치권의 핵심적인 사상으로까지 떠오르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제 트럼피즘은 대외적으로 미국 우선주의, 대내적으로는 백인우월주의, 종교적으로는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를 추종하는 우익세력 전체를 포괄하는 미국 보수의 상징이 됐습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기반을 잃은 미국 소도시와 농촌지역 사회의 백인 중하류 계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단단한 지지층을 형성했죠.


이 시기는 미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족도가 극에 달했던 시기로 알려져있습니다. BBC에 따르면 올해 1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1995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미국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는 75%에 달했지만, 2008년 이후 49%로 급감했죠. 금융위기 전후 집권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동부와 서부의 대졸 이상 고학력 대도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세계화, 개방주의, 인종차별철폐 등 진보적 정책을 펴나갔지만 미국 농촌지역의 저학력 백인들의 경제적 기반 붕괴에는 무관심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인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커진 이유로 분석되고 있고, 그 틈을 파고든 것이 트럼피즘이었다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간명한 구호와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해외 제조업체 복귀 등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소외됐던 백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바이 아메리카'란 구호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육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이유도 트럼피즘 지지층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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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결과를 끝내 승복해 백악관을 나온다해도 여전히 미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공화당에서는 다음 대선의 유력후보라 불리며 트럼피즘 추종자들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데요. 바이든 당선인이 앞으로 시작될 재임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기부양, 미국 내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와 수많은 국제문제들을 얼마나 잘 풀어나갈지에 따라 트럼피즘은 작아질수도, 더 커질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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