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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잘못하면 좌표…'문빠' 독일까 약일까 [한승곤의 정치수첩]

최종수정 2020.11.16 15:23 기사입력 2020.10.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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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열성 지지자 '문빠' 당내서 긍정평가
소신 발언하면 '좌표' 찍고 집단 비난 쏟아내
최장집 "민주주의 위기…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
강준만 "문재인 정권 '내로남불' 정리…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7년5월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7년5월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를 말하는 이른바 '문빠'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에너지원', '고마움', '감사' 등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진보 교수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국정 운영을 '문빠'를 대상으로만 하고 있어 사실상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에서는 문빠 존재에 대해 상식적인 지지자들이며 고마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문빠'가 의미하는 맹목적인 지지자가 아닌 합리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런 문빠에 대해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2017년 4월3일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18원 후원금, 문자폭탄, 상대후보 비방 댓글 등은 문 후보 지지자 쪽에서 조직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라는 질문에 "그런 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 경쟁을 더 이렇게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3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당내 다양한 의견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강경 지지자들에 대해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긍정평가했다.


그는 "어느 당이나 강성 지지자가 있고 온화한 지지자가 있다. 강성 지지자는 긍정적 기능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려하는 것과 달리 지난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놀라운 게 있다. 강성 지지자가 많이 포진돼 있는 권리당원 지지율과 일반 국민의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강성 지지자가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고 옹호했다.

지난해 11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11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양향자 최고위원은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친문 지지층이 금태섭 전 의원을 비판한 데 대해선 "제가 보지 못하는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문빠 평가에 대한 당내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맹목적 지지자들로 불리는 문빠는 합리적인 상식에 의해 당을 지지하는 열성 지지자들로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민주당 당론에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 해당 의원은 이른바 좌표가 찍혀 집단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헌법과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직무 수행을 규정하고 있지만 문빠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 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했다. 국회법 114조에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빠들의 집단 비난으로 인해 사실상 헌법 위에 당론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당 당론에 이견을 보였다가 페이스북 등 SNS 좌표가 찍혀 집단 비난을 받은 대표적인 경우는 금태섭 전 의원이다.


21일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을 떠난다. 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다"라며 "당 지도부가 바뀐 지도 두 달이 지났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합리적인 토론도 없었다. (윤리위의 경고 처분 재심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 당의 판단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성실히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며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시절 특혜 의혹에 소신 발언을 내놓은 박용진 의원 역시 문빠들로부터 집단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1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장관 아들 군 시절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 국민의 역린"이라며 "(당이) 계속해서 이게 '불법이다, 아니다' 이렇게만 바라보고 있는데,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군대를 갔다 온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의혹 자체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 직후 열성 친문 지지자들은 박 의원 페이스북 계정 댓글을 통해 "제발 국민의힘으로 가라", "민주당 X맨이냐", "정신 좀 차리세요!" 라고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14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휴가 처리가 제대로 됐느냐 안 됐느냐로 시작된 문제가 이제는 통역병에 자대 배치 청탁까지 의혹이 다 나오고 있다"라면서 "다양한 증언과 증거들이 나오고 있으니, 있는 그대로 다 까고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해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문빠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은 집단 비난을 받은지 8일 만인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정치인은 지지자에게 욕을 먹어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국민의 외면을 받을 상황에서도 정직하게 자기가 할 말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을 한 당일에도 박 의원은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았다. 대부분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으로 가거나 제발 당을 떠나달라는 취지의 비난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보 성향의 교수들 사이에서도 문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양념' , '에너지원' 등 일종의 약이 될 수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진보 성향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6월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촛불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한국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라며 "이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고 정의했다.


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26일 출간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보수의 수준이 진보의 수준을 결정하고, 진보의 수준이 보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잊고 열성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 운영을 하는 정권들이 있는데, 문 정권도 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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