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개발, 끝까지 지원" 속뜻은 '경험의 축적·수급지렛대' 다중포석
文 대통령, SK바이오사이언스 찾아 연구진 격려
자체 개발 강조하면서 적극 지원 의사 피력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경기 성남 소재의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 이건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팀장으로부터 연구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처음 알려진 지난해 12월 말 이후 열달 가까이 지나면서 치료제나 백신 개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른 용도로 개발되다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이 이미 나왔고, 개발이 쉽지 않은 백신도 일부 국가에선 임상시험 막바지 단계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가 백신 임상시험 도중 부작용 등으로 주춤거리긴 하나 의약품 개발단계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게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통상적인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코로나19 치료제ㆍ백신 개발현장을 찾아 독려하고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언제쯤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참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일부 치료제는 이르면 올해 연말과 내년 초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이도가 높은 백신은 내년 말 혹은 내후년께 시중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다소 뒤처지는 건 맞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재난상황으로 번진 만큼 단순히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끝까지, 확실히 성공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한 건 효과를 내는 치료제ㆍ백신을 내놓는 것과 함께 개발과정에서 얻게 될 경험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약개발의 경우 물질의 효능을 따지는 초기 연구단계는 물론 임상시험 등 실제 개발단계, 이후 허가ㆍ생산까지 전 분야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최근 수년 사이 국내 제약사가 해외 기업에 기술을 수출하는 사례까지 나올 정도로 연구역량은 올라갔다. 다만 개발 이후 단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전 세계 네트워크가 필요한 임상시험의 경우 아직 한국 제약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건 사실"이라며 "초기 단계 기술을 수출하는 건 그만큼 연구역량이 올라갔다는 얘기지만 반대로 직접 개발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코로나19 치료제ㆍ백신을 직접 개발하는 데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는 것도 개발과정에서 겪을 시행착오나 노하우가 앞으로 다른 신약개발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이 "경험의 축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관련 약물 임상시험은 1433건으로 한달 전보다 100건 가까이 늘었다. 치료제가 1336건, 백신이 97건이다. 국내에서는 치료제와 관련한 임상시험이 24건(종료시험 포함), 백신이 2건 등 총 26건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나 주요 선진국의 국립 연구기관, 유명 대학 등 내로라하는 전 세계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고 있긴 하나 통상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 성과물이 나오는 건 10건에 1건도 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자국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승인하고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보건당국, 코로나 백신 '빨리' 보다 '안전'에 방점
자체개발 독려 한편 해외 다방면 수급선 확보 나서
개발 이후 치료제나 백신을 국내에 어떻게 수급할지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문 대통령은 전했다. 백신의 경우 외국에서 먼저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초기 선진국을 중심으로 선점하려는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주요 제약사와 이미 돈을 내고 계약을 맺었다. 우리도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협의체격인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한데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와 협의중이다.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회사가 많지 않고 개발하더라도 생산이 까다로워 단기간 내 대량생산이 어렵다.
이날 문 대통령이 찾아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등 개발단계가 빠른 제약회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향후 개발에 성공할 경우 국내 수급분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신종플루 유행 당시 발빠르게 치료제를 내놨던 녹십자 역시 백신 제조역량을 갖췄다. 정부는 다만 해외 백신이 먼저 개발되더라도 부작용 등을 우려, 섣불리 예방접종을 진행하기 보다는 안전성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 개발 백신 역시 속도보다는 안전에 방점을 두고 독려하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성 주춤하자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1년 만에 흑...
자국 내 자체 개발한 의약품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수급협상에 이점을 갖는 점도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는 배경이다. 의약품은 인·허가 당국과의 협의과정을 거치는데, 해당 국가 내에서 개발된 약물이 있다면 공급이나 가격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갈 여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향후 수급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기 위해서라도 우리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백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