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위한 노동회의소" "비정규직 동일임금"…노동 '지각변동' 온다
정부·여당, 연내 ILO 협약 비준 통과
김종인 "양극화 심화, 정치권 결단해야"
재계 "노사관계 더욱 악화될 것" 우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이창환 기자] 정치권에 노동권 강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관련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 외에도 노동조합 가입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한국형 노동회의소' 등을 추진한다. 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동일임금' 등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과 '경제 3법'에 이어 향후 노동 이슈가 전면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재계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노동회의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10%에 불과한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을 감안했을 때 미조직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기구 설립이 사회적 과제라는 취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노동회의소가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사용자단체인 상공회의소에 상응하는 단체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20대 국회에서는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냈던 이용득 전 민주당 의원이 법안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21대 국회에서 노동권 강화의 첫 단계를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와 있는 비준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연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권 강화를 위해 상당히 진전되는 내용이므로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 비준이 되고 나면 더 많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ILO 핵심협약 8개 중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반노조 행위에 대한 보호' '강제 또는 의무 노동 금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등 4개를 이번에 비준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 개정을 함께 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도 기업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 요구를 감안해 단체협약 유효 기간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생산 시설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좀 더 강한 법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이 최근 발의한 법안은 퇴직자도 노조 임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행정관청의 노조 설립 반려 제도를 없애는 내용이 담겼다. 시설 점거 쟁의행위 금지는 포함치 않았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3일 김종철 신임 정의당 대표와 만나 내놓은 얘기들은 노동시장의 지각을 뒤바꿀만한 메가톤급 이슈들이었다. 그는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노조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 내부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벌어지는데, 정치적 결단을 안 하면 절대 해결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에 대해 그동안 추진해왔으나 국민의힘측이 외면해 왔으니 차제에 국민의힘이 당내 의견을 모아달라는 입장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그동안 근로기준법에 동일임금 관련 내용을 반영하려 했으나 반대해서 안 됐고, 오히려 노동 유연화나 쉬운 파견 등을 요구했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발언한 내용과 관련) 국민의힘 당내 의견을 모아서 법안을 내든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 문제는 사회적 쟁점이 많으므로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대화를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가 됐다고 여겨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면서 "화두를 던지는 것은 좋지만 구름 위에서 하듯 해선 곤란할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 첨예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각종 기업규제법에 이어 노동자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노조법 개정안까지 추진되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141개국 중 97위, 노사협력은 130위로 최하위권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구성하는 세부지표 중 노사 관계가 대립적인지, 협력적인지를 평가하는 노사협력 점수는 3.59점(점수분포 최저 1점~최대 7점)으로 130위를 차지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대립적인 수준이다.
지난 10년(2007~2017년) 연평균 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4만2327일로 매우 높은 편인데 반해 영국은 2만3360일, 미국은 6036일, 일본은 245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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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미 한국은 노동조합의 힘과 권리가 매우 큰데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노조의 권한이 더 커지게 된다"며 "특히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으로 훨씬 더 과격한 노조활동이 예상되며 이로 인한 노사관계 불균형이 심화되고, 노사갈등이 증폭돼 세계 최하위권인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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