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재정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알렌 쉬크 미국 메릴랜드대학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재정준칙을 운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준칙이 긴축재정을 채택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이 돼 오히려 완전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재정준칙과 중기재정계획을 중요시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 그의 저서 '현대적 공공지출 관리: 예산편성 및 분석 방법론' 번역본을 발간했다. 이 책은 쉬크 교수가 20년 전 세계은행에서 출판한 것으로, 예산 분석을 위한 표준 교과서로 불린다. 쉬크 교수는 번역본에 '그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특별 기고문을 내고 이 같이 달라진 주장을 펼쳤다.


쉬크 교수는 "대부분 호황기에는 추가지출이나 조세감면에 대한 요구를 유발하고, 반면 호황이 끝나면 정부는 긴축정책을 택하도록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는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사회적 보호망을 약화시키게 된다"고 전제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경제적 충격으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자동 발생하고, 정부가 재정준칙이 허용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확장재정을 채택해야만 할 때에는 재정준칙과 평소의 예산관행이 무기력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재정준칙이 완전한 회복을 지연시키고 공공서비스 수준을 저하시키는 긴축정책을 채택하도록 정부를 유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쉬크 교수는 "돌이켜보면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경제가 취약한 국가들에게 긴축정책을 택하도록 한 것은 오류였다"고도 했다. 그는 "고정된 형태의 재정준칙이 갖는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며 "재정준칙은 경기순행적인 경향이 있지만 다음 세대의 재정준칙은 경기역행적이어야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재정준칙은 자연적으로 호황기에는 지출증대·조세감면을, 경제위기 시에는 지출감축·조세증대를 요구하게 되지만 오히려 호황기에 흑자재정을, 경제위기에 적자재정을 적절히 운용하는 등 역행하는 정책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쉬크 교수는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대해서도 "미래의 프로그램과 예산편성에 따른 지출의 결과를 당연히 고려해야겠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정부가 중기 재정추계에 구속돼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중기재정운용계획에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유연한 제약을 설정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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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 의원은 "세계 석학과 각국 정부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준칙을 중단하거나 폐기를 선언하고 있다"며 "적극적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은 위기대응을 어렵게 하는 만큼 재정준칙 기준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는 코로나19 대응이 마무리되는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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