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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보다 심해진 기업 양극화

최종수정 2020.09.18 11:19 기사입력 2020.09.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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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서프라이즈-쇼크 격차 527%
역대 최대…금융위기 수준도 돌파
기업 양극화 문제, 결국 가계 양극화 문제와 이어져
좀비기업 구조개혁 절실한데 아무도 말 못 꺼내

금융위기 때보다 심해진 기업 양극화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상장기업의 양극화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 진입한 국내 대기업들은 예상보다도 더 좋은 실적을 내며 '서프라이즈'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갈수록 큰 '실적 쇼크'를 내며 이런 결과를 낳게 됐다.


18일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상장기업 1100여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지난 2분기 연율기준)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서프라이즈와 쇼크 격차는 527%를 기록했다. 시장에서 예상된 기업들의 실적 대비 평균 서프라이즈 규모(269%)와 쇼크 규모(-258%)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통상 예상대비 20%이상의 호실적을 내면 '어닝 서프라이즈'로 일컫는다.

상장기업들의 수익성 격차는 분기 실적을 공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금융위기(2008년, 2009년 각각 513%)때 보다도 컸다. 금융위기가 지난 후 기업들의 양극화가 줄어들며 2010년 492%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꾸준히 격차를 벌려가는 모습이다.


이 연구위원은 "잘 나가는 기업은 더 잘 나가고, 실적이 안 좋은 기업은 너무 처참한 상황"이라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에는 초저금리 환경에 힘입어 어려운 기업들도 퇴출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이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의 양극화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지만 기업의 양극화 역시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의 양극화는 곧 해당 기업 종사자들의 생산성과 임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은 분배의 효율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은행의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15일 한은 발표에 따르면 상장기업(제조업) 중 상위 25%의 매출액증감률은 1분기 16.6%에서 2분기 11.6%로 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위 25%의 매출액증감률은 -14.3%에서 -27.7%로 13.4%포인트나 떨어졌다. 상위 25%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같은기간 8.4%에서 9.7%로 올랐지만 하위 25%는 -3.9%에서 -4.6%로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상ㆍ하위 기업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의 업종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뚜렷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영업이익 서프라이즈 상위 100대 기업 중 의료(27%)와 IT(23%) 산업 비중이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 2분기엔 마스크ㆍ진단키트 판매 등에 힘입어 의료산업 비중이 역대 최초로 1위에 올라섰다.


이런 산업들의 공통점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을 보면 IT는 5.9%, 의료는 4.9%에 달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기업들의 R&D 비중은 1%에 머무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R&D 투자가 수익성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며 "2000년대 이후 낮은 수익성을 보인 기업들은 저성장, 저수익, 저활동의 악순환 굴레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발표한 2분기 외감기업의 총자산회전율(0.73회)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도 기업들이 자산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결국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은 선별과정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되고, 될성부른 기업을 골라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구조개혁을 주장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란 점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충격이 '일시적'이라고 평가되는 만큼, 정상기업과 퇴출기업을 선별할 기준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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