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 샴페인 김이 빠지든 말든
여전히 축제같은 삶을 꿈꾸는 조영남, 5년 송사 끝 무죄 확정
11월까지 청담동서 전시회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
"나는 현대미술 애호가…국가가 스토리 있는 화가로 키워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보통 샴페인은 한 병 씩 터트린다. 그러나 나는 13개의 샴페인을 동시에 터트렸다. 나는 축제 같은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전시장 안쪽 벽 한 면 전체의 이 문장만큼 그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글이 있을까. 나머지 12병 샴페인의 김이 빠지든 말든 터트리고 싶은만큼 터트려야 하는 사람. 70대 중반임에도 조영남(75)씨는 여전히 악동이다. 샴페인이 13개인 것은 그가 시인 이상(1910~1937) 마니아이기 때문인 듯하다. '오감도'에서 도로로 질주하는 아해가 13명 아닌가.
강남구 청담동 피카프로젝트에서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 전시가 오는 11월 30일까지 열린다. 1960년대부터 조영남씨가 그린 회화 약 50점이 전시된다. 그가 서울에서 전시회를 갖는 것은 5년 만이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송사에 휘말렸다. 그림 대작 의혹 탓이다. 그는 2016년 6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7년 10월 1심에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주변에서 집행유예니까 승복하라고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죽을 때까지 사기꾼이 되는 거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싸웠다." 2018년 8월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내 생각이 받아들여졌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영남 '화투 바둑 변주곡(Oriental Chess and Card Variation)', 2008, 혼합재료 Mixed media, 120x95㎝ [사진= 피카프로젝트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대작 논란을 부른 화투 시리즈 그림도 이번에 전시된다. "내가 그때 전시도 많이 들어오고 바빴다. 화투 그림에는 손이 많이 간다. 항아리ㆍ꽃 등 아이디어를 상정해서 형식에 대해 일러주고 조수에게 카피하라고 시켰다. 앤디 워홀, 제프 쿤스 같은 친구들은 파이널 터치도 안 하고 조수가 한 걸 그냥 공장식으로 내놓지만 나는 최소한 파이널 터치는 했다. 검찰도, 변호사도, 판사도 미술을 모르는 거 같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소송을 겪으며 현대미술에 관한 책도 썼다.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7월 출간됐다. 그는 2009년에도 한길사에서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는 책을 냈다. "책을 너무 어렵게 썼더라. 새로 쉽게 써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는 5년 동안의 송사를 유배 생활에 비유했다. "어른들이 유배 생활하면서 책을 많이 쓰지 않았나. 유배 생활 하면서 책 두 권 썼다." 곧 출간된 나머지 한 권은 시인 이상에 관한 책이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제가 좋아하는 건 그림 그리는 거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미술 대표였고 고등학교 때는 미술부장이었다. 쭉 그려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남의 말에 신경쓰면 큰 일을 못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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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씨는 자신을 현대미술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화가라고 평했다. 다만 5년간 송사를 겪으며 "국가가 스토리 있는 화가로 키워준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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