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품을까, 버릴까' 화웨이 딜레마에 빠진 LG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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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복덩이에서 폭탄될까."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해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려온 LG유플러스가 하반기 '초고속' 28㎓ 대역 5G망의 상용화를 앞두고 코너에 몰렸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LG유플러스를 직접 언급하며 화웨이 배제를 촉구하고 있어서다.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5G 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화웨이의 손을 잡아야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 반중 여론이 불거질 때마다 홍역을 치러온 LG유플러스로선 미국의 대대적인 공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상 폭탄을 안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통3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11월 께야 28㎓ 5G 상용화를 위한 관련 장비 사업자 선정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투자 부담이 커지며 당초 예상됐던 일정보다 훨씬 늦춰졌다. 2018년 5G 장비 사업자 선정 당시 28㎓ 대역에 대한 제안요청서(RFP)를 함께 보냈던 KT 외에는 7월 말 현재까지 RFP도 발송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에 RFP를 발송하느냐 여부에 눈길이 쏠려 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3.5㎓대역 5G망을 구축할 당시 SK텔레콤, KT와 달리 화웨이 장비를 30%가량 채택했다. 5G 장비만 따질 경우 현재 삼성전자, 노키아 등 다른 장비 공급사 대비 화웨이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화웨이의 장비는 경쟁사와 비슷한 품질임에도 약 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해 대규모 5G 투자 부담 속에서도 LG유플러스가 실적에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위축에 정부 주도의 디지털 뉴딜 등 5G 투자 부담까지 더해진 LG유플러스로선 향후 전국망 구축 과정에서 비용절감 필요성이 더욱 대두된 상태다. 기존 3.5㎓와 28㎓ 장비의 주파수간 핸드오버 호환성 측면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쓰는 것이 용이하다. 새로운 장비 교체 시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 내부에서도 이 같은 측면을 감안해 미국의 대 화웨이 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화웨이 장비 발주를 유력하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택하지 않은 SK텔레콤 등을 '클린 통신사'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엔 직접 LG유플러스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LG유플러스의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사이버·국제정보통신 담당 부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의 5G 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화상 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 같은 회사들에게 믿을 수 없는 공급자로부터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 그들의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 제조, 원격의료가 기반을 두고 있는 5G 통신망에 독재국가가 장애를 일으킬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해 5G 통신망을 구축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활용되는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도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해당 발언은 고주파 5G 영역에서 기업간거래(B2B)를 본격화하려 했던 LG유플러스에게 무거운 짐을 안긴 격이 됐다. 3.5㎓ 대역에 비해 10배 넓은 대역폭을 확보한 28㎓ 대역망은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구현할 필수 인프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두고 '친중기업'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는 것도 LG유플러스로선 고민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미세먼지 등 반중 여론이 일 때마다 LG유플러스의 이름이 함께 나오는 것도 골치"라며 "폭탄이 된 셈"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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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 같은 미국발 공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결정되는 대선 시점까지 점점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측은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정치적 공세"라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28㎓ 대역망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결정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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