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언택트 시대에 점포 문 닫지 말라는 금감원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책적으로는 디지털 대전환을 강조하면서, 기존 지점은 그대로 두라고 하는 건 한 마디로 '모순(矛盾)' 입니다."
은행 영업점 감축을 자제하라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지침이 나온 21일,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이같이 토로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윤 원장은 이날 간부회의를 통해 "은행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금융소비자,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실제 최근 몇 년 간 은행권은 꾸준히 영업점을 줄여왔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이 올해 문을 닫은 영업점은 126곳(7월16일 기준)으로, 지난해 수치인 88곳을 웃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윤 원장이 언급한 대로 인터넷ㆍ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확산 때문 만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완전히 달라진 은행의 상황을 주요 요인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까지 '역대급' 실적을 올렸던 은행권의 잔치는 이미 끝났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로 인한 경쟁 과열화, 사모펀드 시장의 위축,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단위 금융지원 등으로 본격적인 '한파'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새로 빌린 돈은 100조원을 넘었다.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다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수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 요구도 한 몫 했다. 점포를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해 실탄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정책적으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해왔다. 지난해까지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힘을 받던 상황을 넘어 이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환경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변화'가 아닌 '변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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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원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들지 말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유로 들지 말라는 건 그가 강조했던 '금감원 열린 문화 프로젝트'의 3대 기조 '탈권위주의ㆍ소통ㆍ역지사지'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까. 최소한 소통을 하려 한다면 대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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