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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비주류의 주류화와 부동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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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TV 보급도 원활하지 않던 어린 시절에 우연치 않게 본 영화 한 편이 있다.


단조로우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음악과 함께 시가를 문 채 인상을 찡그리며 등장하는 주인공. 일명 '마카로니 웨스턴'을 대표하는 '황야의 무법자'가 바로 그 영화다. 특히 휘파람을 연상시키는 연주곡이 나올 때마다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존 웨인'으로 대변되는 정통 미국 서부극을 거부하는 '비주류' 이탈리아산 서부극이다. 전통 서부극의 한결같은 '권선징악' 스토리에서 탈피해 냉혹한 '나쁜 놈'이 주인공이라는 파격성이 돋보인 장르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느와르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별세했다. 주류 음악을 전공한 모리코네는 생계를 위해 영화음악에 뛰어들었다. 그는 비주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이를 발판으로 영화음악의 주류로 발돋움했다.


국내 정치인 중 '비주류의 파격'이라는 충격을 던져준 인물은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행보도 그렇거니와 소위 주류를 향한 비주류의 선전포고를 공식 천명한 제도권 정치인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은 앞으로도 정치사적으로 다양한 해석과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민주화 운동 세력으로 대변되는 비주류가 정권을 창출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비주류의 정권 창출은 어느새 '비주류의 주류 세력화'로 이어졌다. 민주화 운동 세력들이 정치, 사회, 문화, 경제계 등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부지불식중에 주류세력이 되버린 것이다.


모리코네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날인 7일 민중가수로 잘 알려진 안치환이 신곡 '아이러니'를 발표했다. 그는 가사에서 '꺼져라! 기회주의자여'를 외쳤다. 이미 기득권이 된 민주화 운동 세력이 낯 두꺼운 주류가 됐다는 일갈이다.


그 서막은 '조국 사태'에서 비롯됐다. 진보적 시민사회 세력을 포장시켰던 '강남 좌파'의 민낯이 드러난 계기가 됐다. 항상 정의를 외쳤던 이들이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돼 언행이 불일치하는 모습이 드러나자 민심이 들불처럼 일어난 것이다. 대표적 진보학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국 사태 이후 기득권 민주화 세력과 연일 날을 세우는 현상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화 운동 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여권은 인정해야 한다. 본인들 스스로 인정하든 말든 그들은 이제 기득권 주류세력이다. 그에 따른 책임은 물론 비판을 두려워해야 할 입장에 놓였다.


최근 문재인 정권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후폭풍이 거세다. 자칫 정권의 존립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심 이반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듯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기한 '강남불패' 신화 논란은 거기에 기름을 부운 격이다. 여권 내에서도 노 실장에 대한 '사퇴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낙연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노 실장 건을 언급했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라 해석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이 의원의 이 발언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하면서 나온 갈등일까.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레임덕'의 시작일까.


집권 세력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로 귀결됐다. 부동산 문제가 '비주류의 주류화'로 연계돼 문재인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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