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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시장의 한가운데 섰던 중앙은행, 위치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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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
저금리 정책이 만사 해결 못해
자산거품 심해진 것도 문제

중앙은행의 힘과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최근 미국에서 제기된 문제다. 론 폴 전 공화당 의원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자본주의와 동떨어진 조치라고 지적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그는 현재 Fed의 정책을 '간섭주의적(interventionist)' 조치라고 정의하고 "이것은 사회주의자가 끼어드는 데 진정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리처드 번스타인 역시 Fed의 금리 인하와 과다한 시장 개입으로 거품이 커졌고 좀비기업에게 자원 분배가 이뤄져 모럴 해저드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행태에 비춰보면 나올 만한 비판이다. 지난 11일 미국 주식시장이 5% 넘게 떨어지자 다음날 Fed가 회사채 개별 매입 확대 가능성을 내놓았다. 주가가 상승해 3일만에 원상 회복했지만 이 행동으로 중앙은행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너무 자주 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Fed의 회사채 매입은 3월에 경기 부양대책의 하나로 발표됐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용이 낮은 회사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자 6000억달러를 동원해 회사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 지금까지 집행된 금액은 계획치의 0.1%에도 못 미치는 4억28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 회사채 매입 가능성을 다시 꺼내자 행동은 않고 말만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Fed에 대한 비판은 금리 인하가 적절한 정책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발전했다. 11년 넘게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정책을 계속해 왔지만 경제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데 실패했다. 대신 자생력 약화라는 문제가 생겼다. 기업과 가계가 저금리에 익숙해지다 보니 경제가 0% 금리와 막대한 자금 공급 같이 극단적인 정책을 쓰지 않으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물적 지원이 경쟁력이 약한 기업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이들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일도 발생했다. 그래서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채권자들이 혹독한 조정을 하는 것처럼 선진국도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금리 인하로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심해진 것도 비난거리가 됐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의도했던 경기회복은 이뤄지지 않은 반면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해 한 경제 내에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가 됐다. 이 상태에서는 어떤 한쪽으로 정책 방향을 맞추기 어렵고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면 충격이 금융위기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금융위기 때에는 부동산만 거품이 끼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주식, 채권 모두 가격이 크게 올라 여러 자산에서 동시다발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의 경제읽기]시장의 한가운데 섰던 중앙은행, 위치가 흔들린다 원본보기 아이콘


3월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시행으로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소진됐다. Fed나 한국은행이나 처지가 비슷하다. 미국에서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리자는 요구가 있지만 금융기관 건전성 훼손과 일본과 유럽처럼 먼저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했던 나라들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닌 걸 감안하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0.5%에서 더 내리기 힘들다. 그래서 Fed가 1941년 이후 처음으로 시장금리가 일정 수준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통제하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 또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해당 정책을 사용할 경우 Fed는 시장 금리가 목표 범위를 상회하면 국채를 계속 매입해줘야 한다. 시장의 가격 발견기능 훼손과 국채 매입 중단으로 금리가 급등할 경우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연초 시장은 2개의 슈퍼맨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선진국 정치 지도자인데 대표적인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올해 선거가 있는 만큼 미국 경기가 확장을 계속하고 주가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거란 믿음이었다. 그 덕분에 11월까지 심각한 악재가 없을 걸로 기대했지만 실제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0년 IT버블 붕괴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던 해에 발생했다. 집권당 후보인 앨 고어가 미국 전역에 IT망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IT기업의 주가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도 대선이 있기 두 달 전에 발생했다. 부시 행정부가 하원에 긴급 경제 구제 방안을 올렸지만 집권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세금을 들여 기업을 구제하는 게 미국식 자본주의에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결국 야당인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통과시켰지만 선거가 경제를 결정할 거란 기대가 얼마나 순진한 건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 하나의 슈퍼맨은 주요국 중앙은행이다. Fed가 대표적인데 지난 11년간 경제와 주식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풀어 주가를 방어한 만큼 믿음을 갖는 게 당연했다. 문제는 오랜 시간 극단적인 정책을 쓰다 보니 더 이상 쓸 정책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중앙은행간 공조도 금융위기 때보다 약하다. 유럽처럼 정책 여력이 일찌감치 떨어진 곳이 있는가 하면 중국은 금융위기 때 적극적으로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자 무역 분쟁으로 치고 들어와 압력을 가했다고 섭섭해 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10년 전처럼 일사불란한 대응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월가의 격언에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들의 정책에 맞춰 투자하는 게 좋다는 의미다. 맞는 말이긴 한데 지금은 Fed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서 문제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임 Fed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 현직 의장 벤 버냉키를 맹비난한 적이 있다. 정책을 잘 못 관리해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위기원인이 상당부분이 9ㆍ11 테러 이후 기준금리를 1.0%까지 내려 부동산 버블을 만든 본인에게 있는데도 그런 사실은 거론조차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제롬 파월 의장이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드시 예전으로 되돌아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Fed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상태다. 공이 행정부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추가로 나오는 정책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이 중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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