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란 앞에 수백만 이주 노동자 '생존 위기'
경제 활동 멈추면서 이주 노동자 실업 위기
고국에 돌아가도, 불법 체류자로 남아도 '사각 지대'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수백만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국으로 되돌아갈 상황에 놓였다. 해외 이주 노동자의 송금에 의존했던 개발도상국의 경제까지 위협받게 됐다.
24일(현지시간) 국제노동기구(ILO)는 보고서를 통해 수백만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닫아놨던 국경이 열리면서, 이주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내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ILO가 20여 개국의 이주 노동자 상황을 점검한 결과, 이들이 많이 몰려 있는 남아시아의 상황이 좋지 않다. 봉쇄정책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일했던 네팔 노동자 50만명이 이미 인도를 떠나 자국으로 되돌아갔다. ILO는 중동과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등에서 일했던 인도 노동자 22만명이 귀국했으며, 방글라데시 출신 25만명도 돌아왔거나 돌아올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서도 각각 13만명과 10만명의 노동자가 귀국할 것으로 추산됐다. 에티오피아의 이주 노동자도 연말까지 20만에서 50만명가량이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사 도우미 이주 노동자가 많은 필리핀의 경우 이미 5만명이 귀국행을 선택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필리핀에 돌아올 전망이다. ILO는 이주 노동자가 전세계 노동력의 4.7%에 이르는 1억6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주 노동자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보건이나 운송, 서비스, 가사 등 대면 서비스 업종이 전염병 사태로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ILO는 "핵심적인 영역에서 이주 노동자 역할이 컸지만, 정작 위기가 닥치자 고용 상황이 취약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사 등을 담당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 상황은 더욱 한계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주 노동자들은 각 나라에서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각국의 코로나19 보호조치에 있어서 '투명인간'처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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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을 거부한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불법체류신분으로는 사회보장 등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할뿐만 아니라 열악한 보건 위생 환경에 노출돼 코로나19 감염 등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마누엘라 토메이 ILO 근로 조건ㆍ평등 담당 국장은 "이주 노동자가 노동 착취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길에 오른 이주 노동자도 악화된 경제 상황과 치솟는 실업 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할 것" 이라며 "위기 속의 또 다른 잠재 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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