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거대여당 믿고 '기업 옥죄기' 나선 정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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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정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은 모두 기업 경영에 불리한 내용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데 기업들이 동네북도 아니고 질식할 지경입니다. 정부나 정치권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정말로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정부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경제 옥죄기' 법안 처리를 동시다발로 추진하면서 재계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11일 "정부가 발표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대표적 기업 규제 법안"이라며 "더 우려되는 것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법안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이날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전속고발제 폐지와 법 위반 시 과징금 상향 등의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묻게 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현재 이사 중에서 선임되는 감사위원을 독립적으로 선임해 더욱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게 하는 방식이다.


재계에서는 이 제도들이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반(反)기업 제도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 현재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가 도입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이나 주가 상승만을 노리는 사모펀드 측이 감사위원을 선임해 회사의 경영을 압박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외국에서는 도입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도입했을 뿐 이번 개정안처럼 극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까지 법적 책임을 묻게 하는 나라는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상장회사 주식 전체의 100분의 1, 상장사는 1만분의 1을 보유한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자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경우만 소송이 가능하며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관련 제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들은 다중대표소송제로 모회사가 자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해 경영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공정위의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기업의 가격이나 입찰 담합 등의 불공정거래를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재계에서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전문기관인 공정위의 조사 없이도 누구나 고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업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기업의 가격이나 생산량, M&A, 입찰 등에 불만을 품거나 이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 이들이 '담합 고발'의 형태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 역시 기업 경영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계에서는 노조법이 개정돼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될 경우 노사관계 협력순위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대립적 노사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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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고용부의 예고안대로 법안이 발의, 개정될 경우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기업의 리쇼어링 등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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