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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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앞으로 사회생활의 구석구석이 적지 않게 바뀌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확진자의 동선 공개 등 개인의 행동 방식에 대한 변화 요구도 매우 크게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K방역'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겨났다. K방역은 3T(검사ㆍ추적ㆍ치료)를 근간으로 하는데 이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ICT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공적 마스크를 전국 어디에서 구입하든지 나의 구입 기록은 전국의 모든 약국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ICT 인프라가 없이는 애초에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우리는 실로 대단한 투명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높아진 투명성으로 사생활과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확진자가 됐을 때 동선이 공개된다는 점을 가장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방역의 효율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가치가 부딪히는 모습이다. 이에 관한 논쟁은 국내에서도, 국제적으로도 발생하고 있다. 정보 공개와 추적, 발 빠른 진단을 근간으로 하는 K방역이 프라이버시 침해로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믿기 어려운 규모의 사망자 수를 보게 되면 이러한 시스템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군사력을 필두로 국내총생산(GDP) 규모나 과학기술 수준 등 여러 부문에서 세계 1위 국가인 미국도,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명품을 만들어내는 멋과 예술의 나라 이탈리아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서는 도시 봉쇄와 이동 통제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선택했다. 이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ICT 인프라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취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다.

이제 개인 생활의 투명성은 싫든 좋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싸워야 하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그리고 정보 공개와 추적을 근간으로 하는 K방역에 대한 호평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동안 성범죄자에게만 적용되던 위치 추적 장치인 발목 밴드가 다중이용시설 출입자에 대한 QR코드 적용 검토로 일반 국민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기지국과의 통신 기록을 통해서, 고속도로 하이패스와 교통카드 이용 기록을 통해서, 신용카드 사용 기록을 통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미 누군가가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사회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의 행동 규범과 도덕 수준도 그에 상응하여 달라져야 한다.


필자가 35년을 넘게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무겁게 들었던 충고가 '어항 속의 물고기' 비유다. 공무원들은 마치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국민이 훤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예 부정한 일은 꿈도 꾸지 말고 조심해서 행동하라는 충고다. 이제 공무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어항 속의 물고기가 돼 있다. 정부와 국회는 당연히 어항 속 물고기들이 인권침해를 받지 않도록 개인 사생활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물고기들도 이러한 개방되고 투명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특히 일반 민간인이 아니고 공직을 맡고 있거나 이에 준하는 공공적인 일을 하는 개인과 단체들에는 더욱 절실한 명제가 됐다. 투명하지 않은 개인과 단체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되며 존재할 가치도 없다. 오랫동안의 관행과 목적이 선행이라는 방호막 뒤로 숨지 말고 어항이라는 새로운 생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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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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