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두 시간 전부터 대기줄…중고 커뮤니티서 리셀까지
소장욕·과시욕 충족…"젊은 층 현실 불안감 굿즈로 채워"
충동적 소비, 과소비 우려도…'가성비' 굿즈 등장

출처: 중고나라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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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스타벅스 레디백을 구하지 못해 할리스 폴딩카트는 반드시 구매하리라 마음 먹고 아침 7시부터 두 시간을 기다려 구매에 성공했습니다. 긴 줄을 보고 잠시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줄여 이르는 말)가 왔지만 성공하니 매우 뿌듯합니다." (직장인 김석준(29)씨)


대한민국이 한정판 굿즈에 푹 빠졌다. 최근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등 커피전문점이 내놓은 여름 한정판 굿즈가 조기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화제로 떠오른 것. 굿즈 상품을 소유하기 위해 오픈 시간 전부터 수십 명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 중고 사이트를 통해 한정판 굿즈가 수 배에 달하는 가격에 '리셀(Resell·되팔기)' 되는 사례도 다수다.

스타벅스·할리스 앞 새벽 장사진…대한민국이 '한정판 굿즈'에 열광하는 이유 원본보기 아이콘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달 21일부터 e-프리퀀시 이벤트로 선보인 한정판 '서머 레디 백'은 현재까지 각 매장에서 조기 품절 사태를 이어가고 있다. 서머 레디 백은 다음달 22일까지 행사 대상 음료를 마실 때마다 지급되는 e-프리퀀시를 17장 모으면 획득할 수 있다.


행사 시작 당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 지점에서 한 소비자가 총 300잔의 음료(약 130만원 어치)를 주문한 뒤 서머레디백 17개를 받아가는 사례가 발생해 화제가 됐다. 해당 소비자는 음료 한 잔만 본인이 마시고 나머지 음료는 매장에 남겨둔 채 사은품인 백 17개를 들고 자리를 떴다. 이날 이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남겨진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었지만 300잔 중 절반가량은 당일 소진하지 못해 폐기 처분됐다.

매장을 방문해 음료 17잔을 일시에 주문하고 텀블러에 음료를 채운 뒤 증정품을 받아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 커피숍에서 행사 대상 음료 중 가장 저렴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쇼트 사이즈)를 14잔 구입하고,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지정 음료 3잔을 추가로 구입할 경우 최저가 6만7300원을 결제하고 증정품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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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커피가 지난 9일부터 한정판 여름 프로모션 상품으로 선보인 멀티 폴딩카트도 조기 품절 대란의 주인공이다. 이 제품은 캠핑이나 피크닉 뿐 아니라 짐을 운반하거나 장을 볼 때 물건을 넉넉히 담을 수 있는 멀티형 제품이다. 제품 외관에 뚜껑이 포함돼 있어 쉽게 펼치고 접어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다. 판매 가격은 3만1000원이지만, 할리스커피에서 품목에 상관없이 1만원 이상 식음료 등을 사면 1만1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오전 8시 현재 할리스커피 앱을 확인한 결과 전국 579개 할리스커피 매장 가운데 멀티 폴팅카트가 남아 있는 매장은 단 1곳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새벽부터 줄을 섰지만 폴딩카트를 구하지 못했다며 허탈함을 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오전 7시 40분부터 줄을 섰는데 허탕을 쳤다"며 "이미 3곳에서 허탕을 쳤다. 몇시간씩 서 있기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24시간 운영하는 할리스 앞을 지나가는데 0시 10분에 50명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제가 간 곳은 (멀티 폴팅카트가) 8개밖에 안 들어와서 헛걸음을 했다"는 글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정판 굿즈 대란의 배경으로 '돈 주고 살 수 없는 굿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장욕과 과시욕 발현을 꼽는다. 특히 소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세대)의 경우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한정판 제품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시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인스타그램에 현재까지 게재된 스타벅스 레디백 인증샷만 1000건 이상이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 이하 젊은 층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당장 손에 잡을 수 있는 한정판에 대한 선호가 강하게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된 시간 내에 한정된 물량만 판매한다는 점도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한정판 마케팅'은 소비자를 굶주리고 애타게 한다는 의미에서 ‘헝거(Hunger)’ 마케팅으로도 불린다. 이같은 트렌드를 따라 한정판 마케팅에 열 올리는 유통기업도 다수다. 최근 성공 사례는 팔도가 출시한 ‘괄도네넴띤’이다. 이 제품은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한정 판매한 것으로 지난 3월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500만개가 완판됐다.


한편 한정판 굿즈가 소비자들의 충동적 소비나 과소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전략을 내세우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할리스커피와 협업한 하이브로우에서 판매 중인 캠핑 의자 '릴렉스 체어' 가격은 14만7000원에 달하지만 유사한 디자인으로 출시된 한정판 굿즈 '릴렉스 체어와 파라솔'은 3만9000원으로 약 4배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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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이번 여름 굿즈들의 금액은 유사 제품의 시장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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