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주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등 국내 양대 국적항공사에 총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긴급자금 지원이 결정됐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자금이 수혈됐다. 또 만기를 앞둔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 외화채권도 대출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유동성 부족 상황이 심각해 정책적 자금지원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이미 회사채 시장의 냉각으로 기업 회사채 발행 규모는 작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책은행을 비롯해 국내 은행들은 현재 기업들의 응급실 역할을 맡고 있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4대 은행의 3월 대기업 대출 규모는 전월에 비해 11% 넘게 늘었다. 하지만 예상을 웃돈 기업발(發) 충격으로 디플레이션 공포감이 커지면서 자칫 실물경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으로 번질 경우 과거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시계를 돌려보면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은행권의 판도는 '조ㆍ상ㆍ제ㆍ한ㆍ서'라는 말로 압축됐다. 조흥ㆍ상업ㆍ제일ㆍ한일ㆍ서울은행 등 광복 이전에 설립된 은행 5곳이 예수금의 80% 이상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 시대는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와 함께 저물었다. 한보ㆍ대우ㆍ쌍용그룹 등 대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이들 은행도 부실에 허덕였다. 첫 시작은 서울은행으로 2002년 하나은행에 흡수합병됐다. 뒤를 이어 제일은행이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넘어갔으며, 2006년엔 조흥은행이 설립 20여년밖에 안 된 신한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은행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일대 사건이었다.
금융기관들은 기업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 지원에 앞서 대주주 등의 고통 분담과 책임이행,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여구하고 있다. 또 항공사 지원에 대해서는 고액연봉ㆍ배당ㆍ자사주 취득 제한 등의 도덕적 해이 방지도 강조했다. 이번에 지원을 받게 된 한 항공사의 경우 전(前) 회장에게 퇴직금과 급여를 포함해 지난해 수백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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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무조건 살리고 봐야 한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지 않을 이는 없다. '모든 선택엔 대가(代價)가 따른다'는 경제학의 제1원리다. 즉,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다. 이제는 오너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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