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談숲]임금동결 vs 임금인상…'고용절벽'에 딜레마 빠진 車노조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에 눈에 띄는 조직 하나가 신설됐습니다. 이 조직의 명칭은 미래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 일반기업에 있을 법한 이름의 이 조직은 올해 1월 출범한 신임 노조 집행부가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해까지 노조 내 존재하던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와 임금체계개선위원회를 각각 미래대응 1팀과 2팀으로 새롭게 꾸렸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이곳의 정책연구전문위원까지 모집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 팀의 신설은 기존 조직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습니다.
"전동화, 자동화 등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관한 총체적 사안을 다룬다." 미래변화 대응 TF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제작과정이 훨씬 단순해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데요. 이미 GM, 폭스바겐, 아우디 등이 미래차시장의 변화에 선제 대응한다며 인력 감축계획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노조가 이를 주시하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고용절벽에 대한 불안은 노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당장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산업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도 인상적인 변화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 임금문제에 대해 전보다 완화된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지난 17일 현대차 노조는 내부 소식지를 통해 독일 노사의 위기협약을 소개했습니다. 지난달 만료되는 임금협약을 연말까지 연장해 사실상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내용이 골자인데요. 대신 회사는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휴가비를 분할 지급하고 근로자 1인당 350유로의 기금 적립을 통해 생계가 어려운 노동자를 지원합니다. 노조는 "독일식 위기돌파 해법을 모델로 삼아 노사정이 일자리 지키기에 합심해야 한다"며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회사가 고용을 보장하는 독일 노사의 위기협약을 주목하자"고 했습니다.
이 주장에 폭발적 관심이 쏠리자 현대차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다각도에서 고민하고 이후 현대차의 경쟁력을 고민하자는 취지였다. 임금동결을 선언한 게 아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노조가 고용대란 앞에서 임금인상 자제를 한 축으로 하는 새로운 모델을 참고할 만한 사례로 제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있어 보입니다.
변화에는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동결은 아직 노조 조합원 다수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사안입니다. 상황이 유사한 한국GM이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역시 여전히 매년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죠. 그렇다고 임금인상만 내세우기엔 부담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침체로 경영 위기라는 회사 측 주장을 뒷받침할 지표들에 더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쳐 국내외 경제가 줄줄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의 구조조정설도 들려오죠. 노조 안에서도 노사 상생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함께 커지는 딜레마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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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고용유지는 기본, 임금상승 폭이 화두인 시대가 지나고 임금동결을 넘어 고용 자체가 불안해진 시대가 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변화에 속도가 붙을수록 여기에 적응해나가야 하는 자동차 노조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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