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별수사본부' 발족 1개월…장기화 국면 접어든 '디지털성범죄' 수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발족한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가 25일로 꼬박 한 달을 맞은 가운데 관련 수사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초 n번방 개설자인 닉네임 '갓갓' 등 일부를 제외하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 공범 '부따' 강훈(18) 등 주요 성착취 대화방 운영진들이 검거됐지만 현재 확인된 1만5000여명의 유료회원을 특정, 수사하는 데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특별수사본부 내에는 수사단과 피해자보호단을 설치해 수사와 피해자보호 '투트랙'으로 디지털성범죄에 종합적·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출범 이후 경찰은 지난 22일 기준으로 디지털성범죄 관련 사범 340명을 검거해 51명을 구속했다. 피의자 유형은 성착취물 제작·유포 146명, 성착취물 개별 유포 95명, 성착취물 조직적 유포 17명, 딥페이크 등 기타 디지털 성범죄가 82명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경찰은 조주빈과 함께 '박사방'을 공동 운영한 인물로 지목된 닉네임 '이기야' 이모 일병,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조주빈에게 넘긴 전직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와 최모(26)씨를 검거했다. 공범인 '부따' 강훈에 대해서는 신상공개 결정이 이뤄졌고, '이기야'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도 조만간 군 수사당국이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경찰은 확인된 피해자 213명 중 165명을 특정했고, 161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쳤다. 조사가 완료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는 가명조서 작성, 조사 시 신뢰관계인 동석, 영상삭제 지원·연계, 국선변호인 선임, 진술녹화, 해바라기센터·상담소 연계 등 653건의 보호·지원조치가 이뤄졌다.
조주빈과 함께 텔레그램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로 알려진 '부따' 강훈이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텔레그램뿐 아니라 디스코드·위커 등 다른 해외 보안 메신저를 이용한 성착취물 유포 검거 사례도 나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디스코드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한 채널 운영자 3명과 판매자 7명 등 10명을 검거했고,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위커를 이용해 n번방 성착취물 영상·사진을 판매한 현직 사회복무요원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경찰의 디지털성범죄 수사는 당분간 지속된다. 먼저 최초 n번방 개설자인 '갓갓' 체포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갓갓을 특정할 유의미한 단서들을 확보했다고 전해진다. 조주빈의 공범으로 지목된 닉네임 '사마귀'를 특정하기 위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확인된 텔레그램 유료회원 닉네임 1만5000건을 수사하는데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가담자·유포자 전원에 대한 처벌을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경찰의 '수사기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닉네임이 실제 오프라인상 어떤 인물인지를 특정하고, 인물을 특정한 뒤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워낙 가담자가 많다 보니 어느 정도 걸릴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경찰 안팎에서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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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디지털성범죄 대응을 위한 제도적 보완도 이뤄지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취급을 전면 금지하고,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수사 분야에서는 '잠입수사'를 확대하는 방향이 추진 중이다. 경찰은 잠입수사 관련 절차와 허용되는 부분 등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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