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오가는 개미들…투기판 된 원유 파생시장
한방 노린 투기매매 과열
한국거래소 잇단 경고에도
일 순매수 규모 1000억원 훌쩍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어제는 인버스, 오늘은 원유…갈피를 못잡겠다."(원유 선물 투자자)
"어제는 24%까지 갔던 수익률이 3%로 쪼그라들었다."(원유 인버스 투자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수가 폭락하던 장에서 삼성전자 등의 대형주 위주로 저가매수, 장기투자에 나서 '스마트개미'라는 칭호까지 얻은 개인 투자자들이 국제 원유의 폭락ㆍ폭등 속에서 투기성 매매에 발목을 잡혔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원유 파생상품이 종목 검색어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작년 일평균 1억원가량에 불과했던 원유 파생상품 매수규모가 최근에는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실제 기초자산대비 가격이 과도하게 고평가되자 한국거래소가 괴리율 차이에 따른 손실위험을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홀짝 게임 하듯 매매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KODEX WTI원유선물(H) ETF로 1조1419억원어치를 담았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까지 폭락한 이후에는 '더 이상의 하락은 없다'는 판단에 더욱 매수세가 가팔라져 50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하락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단 3거래일만의 손실률은 -37.54%에 달한다. 10% 하락에 연속 하한가까지 맞은 까닭이다. 지난달 2월까지만 해도 1만원대였던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H)'은 650원으로 동전주가 돼버렸다.
반대로 이 기간동안 인버스 투자자들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ETF는 20일 종가기준 2만6070원에서 22일 3만7445원으로 43.63%나 급등했다. 5월물에 이어 6월물 원유까지 폭락했던 22일, 기초자산 하락의 2배 연동되는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ETN'은 하루에 59.98%나 올랐다. 20일 종가 기준 1만1765원이었던 게 22일 2만1685원에 마감해 3거래일간의 상승폭이 84.31%에 달했다.
이튿날 유가가 급반등하면서 또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경고성 메시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언급하면서 6월물 WTI가 장중 40%가량 치솟았다. 이날 오전 인버스는 반락해 전 거래일 대비 10%대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됐다. 가장 많이 매수가 몰린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은 -15%에서 장을 열었지만 지속되는 매수세와 오전 한때 유가 하락 전환 등에 힘입어 5%대 반등하는 등 변동폭이 2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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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는 괴리율이 30% 넘은 KODEX WTI원유선물(H) ETF에 대해 이날부터 단일가매매를 적용했다. 단일가매매가 시행되면 거래소는 30분 단위로 호가를 접수해 하나의 가격(합치가격)으로 거래를 체결하게 된다. 이와 함께 WTI 선물 레버리지 ETN은 WTI 선물 가격이 50% 이상 하락할 경우, 투자금 전액 최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달 초부터 22일까지 유가 상승시 수익을 내는 ETN 8개 종목에 5857억원, 원유 ETF 2종에 1조8509억원을 쏟아 총 2조4366억원의 개인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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