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압승에 힘받는 '큰 정부론'…시장개입 거세질 듯
총선 압승으로 주도권 잡은 여당
시장보다 정부 역할 중요성 강조
집값 안정 등 정부정책 가속도
한은 입김 거세지고 대기업 규제도 강화될 듯
'큰 정부론' 세계적 기조
미국·유럽·일본 등 전세계 코로나19로 정부역할 커져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지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 여당이 압승하면서 정치권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정부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극복할 때에는 질병통제ㆍ경제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정부가 손을 대야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이전부터 시장보다는 정부의 개입을 중요시했던 만큼 앞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정부에 적극적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ㆍ학계 "정부 역할 커질 것"=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 내 정책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당분간 민간보다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작은 정부로 가야 하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번 4ㆍ15 총선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반발, 부작용에 대한 평가"라며 "여당인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불공정거래,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ㆍ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확장재정 기조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또 갑을 관계 개선, 지배력 남용 근절 등 공정경제 실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차 추경(11조7000억원)을 편성한 데 이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7조6000억원)을 편성했지만 3차 추경 편성도 확실시된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정부의 시장개입도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집값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정부 정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의 과세 강화 정책은 물론 3기 신도시 건설, 분양가 상한제 등의 기존 정책들도 차질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증시 급락과 급등을 제어하듯 정부가 부동산시장도 제어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도 더 강해질 수 있다. 민주당은 총선 직전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을 위한 공약으로 스타필드ㆍ롯데몰 등 복합쇼핑몰 영업 규제, '배달의 민족' 수수료 규제와 공공 배달앱 개발 등을 주장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상생협력법,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협력사와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 상법 개정안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기존의 재정정책에서 한 보 더 나아가 중앙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에 정부의 무제한 재정지출이 더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케인지언(케인스학파) 방식이 다시 힘을 받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입김도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조윤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뿌리를 만든 진보 경제학자(주상영), 한은 최초의 여성 부총재보 출신(서영경) 등이 차기 한은 금융통화위원 후보로 확정됐다. 금통위 출범 후 70년 역사상 첫 연임자도 나왔다. 한은과 정부 간의 거리가 전례 없이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나치게 정부와 가까울 경우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도한 개입 따른 부작용도 우려= 다만 정부의 시장개입이 과도해지면 기업 투자 위축→고용 감소→경제성장 하락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김정식 교수는 "만약 규제가 과도할 경우 기업 투자 위축, 기업에 의한 고용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큰 정부론을 통해 지속적 성장 가능성과 질적 도약까지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운열 의원은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는 한계가 있다. 민간 주도의 경제가 성공한다"고 말했다. 또 "민간부문에서 창업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 확대에 따른 재원 마련도 숙제다. 김 교수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또 재정을 풀어야 할 텐데, 결국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필요한 곳에는 적절하게 재원을 투입하되, 적자재정 형태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세나 법인세를 강화하기보다는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며 "큰정부론이 확대되면 전체적인 세목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큰 정부' 세계적 기조= '큰 정부' 현상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전 세계가 정부주도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이미 코로나19 대응에 2조달러(약 2440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미국에선 비판이 거셌지만, 이번엔 오히려 시장주의자들이 추가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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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가 '큰 정부'의 가치를 상기시켰다"며 "관료주의 국가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열쇠가 됐다는 걸 사람들이 깨달았는데, 이런 현상이 과도해지면 오히려 국가를 후퇴시킬 수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위기 당시 공화당은 과도한 재정지출에 반발했는데, 이제는 그런 공화당들조차도 '큰 정부'의 해결책을 수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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