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등록금 환불 요구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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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소위 '개나리투쟁'이라는 게 매년 반복되던 시절, 등록금은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하고, 국가장학금과 교비장학금을 늘리면서 등록금을 인하ㆍ동결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했지만 등록금은 계속 문제였다.


이에 등록금 규모만 아니라 등록금 산정과정과 납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 등록금 산정 근거 공시제,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 등록금 재원 교비장학금 하한제, 등록금 예고제, 학점당 등록금제 등이 그것이다. 2023년부터 입학금도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등록금은 여전히 문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대면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부실한 강의와 불안정한 시스템이 문제가 되자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행사 취소, 대학시설 미이용, 실험·실습 미실시 등에 따른 미집행 등록금에 대한 반환 요구도 이어졌다.


지난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이 만나 등록금 반환에 관해 협의했다고 한다. 이번에 대두된 등록금 반환 요구와 그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은 다소 성급한 느낌이다. 등록금 환불 요구는 일종의 등록금 정산제라 할 수 있지만 등록금 중 강의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 등록금 수입액보다 교육비 지출액이 더 많다는 점, 대학예산은 학기별이 아닌 연도별로 계획·집행된다는 점, 코로나19로 인한 미집행이 아니라 집행이 연기된 것이란 점, 온라인 강의 시스템 확충에 추가 지출이 많았다는 점 등은 간과하고 있다.

등록금 정산제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닐 수 있다. 부실 온라인 강의로 등록금을 환불해야 한다면, 부실 강의 판단 기준이 문제가 되고, 부실 강의를 중도 폐강하면 학생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미집행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면, 학기 말에 수강 학점 수, 수강과목의 학생 수, 참가 프로그램 수, 도서관·실습실 등 이용 실적 등을 바탕으로 등록금을 정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등록금 정산제가 도입되면 대학의 모든 교육 활동과 교육지원 서비스가 돈으로 환산될 것이다. 가격이 비싼 강의는 돈 때문에 수강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며, 학생들이 시설을 사용할 때도 돈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값 비싼 과목을 집중 개설할 것이며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활동 격차가 불가피할 것이다. 학생과 교수의 관계도 경제적 관계로 변질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지나친 상상일 수 있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와 정책이 계속 도입됐지만 등록금 문제는 진행형이다. 그동안 등록금의 일부 불합리한 요소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으나 오히려 대학교육의 질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치중한 나머지 대학재정 총량의 감소를 무시한 결과다. 등록금 정산제 요구도 1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재정 사정을 외면한 것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다.


등록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수단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면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다. 등록금 부담을 낮춘 정책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면 그것은 성공한 정책이 아니다. 등록금 정책이 대학재정 총량을 줄인 것도 문제지만, 대학과 교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린 것은 더 큰 문제다. 등록금에 민감해진 학생들로부터 '내가 낸 등록금이 얼만데?' '내가 낸 등록금으로 월급 받잖아?'라는 말을 들으면 교수들은 자괴감이 든다. 교육하는 데 돈이 필요하지만, 돈만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수를 장사꾼 취급하면서 자발적 헌신과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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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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