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소득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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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있다고 했더니 지인이 웃는다. 무슨 그런 자명한 주제로 책까지 쓰느냐는 표정이다. 그렇다. 우리 가정의 누군가는 거의 매일 소득을 위해 활동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임금, 이윤, 이자, 배당, 자본이득 등의 형태로 소득을 얻는다. 소득이 적은 사람은 어떻게 더 벌까를 궁리하고 많은 사람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계획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득은 일상의 일부이고 삶의 기초다.


우리의 삶과 너무나 가까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득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그저 웃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그러나 소득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원시 인류가 수렵ㆍ채취로 생활하던 시대에는 저장의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렵과 채취의 과실은 곧 소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소득과 소비가 분리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대 경제에서와 같이 소득을 순환의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도 없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약 1만년 전부터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렵ㆍ채취인들이 독립적으로 농경을 시작했다. 그리고 3000~5000년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근동, 중국, 동남아시아,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대부분의 수렵ㆍ채취인들은 농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농부가 됐다. 정착과 농업의 시작은 선사 및 역사 시대를 통틀어 인간의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였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도 유불리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의 시작은 인류 생활수준 진화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정착과 농업이 시작되면서 소득은 수렵ㆍ채취 시대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농업과 함께 생산의 잉여가 발생하고 그 덕택에 계급과 직업의 분화가 일어났다. 인류의 역사에서 소득이 일상적인 고민의 근거가 된 것도 아마 농업이 인류 대부분의 전업이 되고 소비와 분리되면서부터일 것이다.

특화와 분업이 일상사가 되며 경제의 순환이 소득을 유지ㆍ증대시키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핵심이 됐다. 애덤 스미스가 일찍이 설파했듯이 누군가는 나의 생활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나는 다른 누군가를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활동이 합쳐져서 우리의 생활이 되고 경제가 된다. 경제의 순환이 없이는 소득을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의 순환을 멈추는 사건과 계기는 위기를 초래한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세계 경제가 멈춰서 있다. 순환이 멈추면서 세계의 가치 사슬 또한 멈춰섰다. 위기다. 이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는 재난기본소득이라는 것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선거철이다 보니 국민 모두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공약이다. 정치를 하다 보면 본인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등에게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들에게 50만원의 소득이 추가적으로 더 생기면 국민 경제의 순환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까? 지금이야말로 예산을 현명하게 사용해야 할 때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어리석은 낭비다. 소득의 순환이 회복될 때까지 견딜 여력이 있는 국민은 제발 흔들지 말라. 지금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몰락을 막아야 할 때다. 그리고 경제의 순환이 멈추면서 실업에 놓이거나 고통받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크게 확대해야만 한다. 정상적인 순환이 회복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재정지출이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을 유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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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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