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생활백신③]아프면 쉬자
나 말고 우리를 위한 휴식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 미국계 제약사 MSD의 한국법인은 지난 2월3일부터 전 직원 대상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온 직후다. 사회적으로 재택근무 필요성이 제기되기 전 선제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택근무 동안 업무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이뤄졌고 회의는 콘퍼런스콜로 대체됐다. 두 달여간 지속된 재택근무는 6일부터 부서별로 요일을 지정해 출근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사내 접촉자를 최소화해 직원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 외국계 물류회사 D사도 확진자가 쏟아진 2월 말부터 영업부서 등 외근부서는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최소 인원만 회사로 출근하도록 했다.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통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업무시작을 한 시간 늦추고 퇴근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코로나19 사태가 기업 근무체계에도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이 감염병 확산 방지에 큰 효과를 보인다는 게 상식이 되면서 기업들도 '재택근무' '온라인 소통' 방식을 도입해야 할 사회적 요구를 받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근무방식을 한 달여 넘게 채택하면서 '업무에 지장이 거의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 기업들별로 재택근무를 유연하게 활용할 유인도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기업 1089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 실시 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곳 중 2곳(40.5%)은 이미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업무효율을 우려해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사태로 불가피한 선택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새로운 생활표준으로 자리매김하는 시험대가 된 셈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파도 꼬박꼬박 학교에 나가야 성실한 학생'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돼 있었다. 그래서 개근상은 근면의 척도다. 직장생활에서도 아프면 '자기 관리를 못 한다'는 핀잔이, 감기로 결근을 원하면 '너만 힘드냐'는 비판이 1차 반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의 일등공신을 사회적 거리두기로 꼽았듯 감염병이 유행하면 사회적 접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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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전의 사회 분위기는 180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매년 일정한 유행기를 갖는 감기나 독감시즌에 '아파도 직장(학교)에 오는 건 실례이나 반 공동체적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덕이다. 실제 미국 '아마존'은 감기에 걸린 직원에게 연차휴가 대신 유급휴가를 준다. '쉬는 게 회사를 위한 일'이란 개념에 충실한 조치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도 병가뿐 아니라 육아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를 허용한다. 어디에서 몇 시간 일했는지보다 성과를 더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연근무가 업무효율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회적 경험이 생기면서 앞으로는 불필요한 오프라인 근무환경에 대대적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맞벌이 증가에 따라 아이와 부모 간 유대감이 줄어드는 문제도 유연근무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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