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는 가계·기업 늘어…리스크 관리 빨간불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원화대출이 20조원 가까이 급증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금경색 탓에 빚에 의존하는 기업과 개인(가계)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업은 코앞에 닥친 운영ㆍ운전 자금의 문제를 해소하거나 비상자금을 축적해두기 위해, 개인은 생계 및 주식 등에 대한 투자를 위해 대거 은행으로 몰려가 손을 벌렸다는 뜻이다.
항공ㆍ조선ㆍ정유 등 산업계 전반을 강타한 충격이 개인들로 전이되는 악순환의 전조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심은 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해낼 수 있느냐로 모인다. 각계에서 감지되는 이상신호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만기인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이다. 이달을 포함해 올해 연말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38조3720억원에 달한다. 기업들이 차환 발행으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 현금을 마련해 채권 보유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대기업들이 지난달에만 8조원 넘게 은행 대출을 쓰며 현금을 확보한 이유로 해석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자금난에 처하면서 은행 빚을 대거 받고 있다. 전체 대출 증가분 중 자금난에 특히 취약한 중소기업ㆍ개인사업자(자영업자)들의 대출증가 비중이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포함) 잔액은 455조4912억원으로 지난 2월(450조1293억원)에 대비해 5조3619억원(1.19%) 증가했다. 증가율이 지난 1월 대비 2월 증가율(2조8818억원ㆍ0.64%)의 2배에 육박한다.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에는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A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꾸준히 줄어 연말에 0.3%대로 관리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 2월 말 기준 0.4%대로 올라섰다. 여신규모가 비슷한 B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이후 계속 늘어 지난달 말 마찬가지로 0.4%대에 진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견고하게 구축된 건전성이 코로나19 여파로 내리막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 등 거래 상대가 아예 소멸해버릴 수도 있는 위기라서 마냥 리스크관리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제의 실핏줄, 즉 서민들의 의존도가 높은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의 부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15%로 전년(1.94%) 대비 0.21%포인트 증가했다. 신협의 경우 2017년(1.78%) 이후 연체율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2.75%를 기록했다. 부실 우려가 가뜩이나 높은 카드론ㆍ현금서비스 같은 신용카드 대출 이용액은 지난해 105조원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정부가 진행하는 각종 금융지원도 결국 빚을 내어주는 것"이라면서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상징후가 언제, 어느정도의 강도로 폭발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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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가계와 법인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법조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화한 지난 2월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3715건으로 지난 1월(3252건)에 견줘 463건(14.2%) 증가했다. 법인파산 신청의 경우 같은 기간 71건에서 80건으로 9건(12.6%)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산신청은 말그대로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을 때 내리는 선택"이라면서 "파산신청이라는 현상은 빙산의 일각 같은 것이라서 이면에 내재된 실물ㆍ금융의 난맥상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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