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물가'의 두 얼굴.. 低물가라는데 왜 안 느껴질까
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집 밥' 수요 늘어 채소·축산물 가격 급등
1%대 저물가에도 체감물가는 치솟아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주상돈 기자, 이선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1%대에 머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20년여만에 최저폭 상승에 그쳤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이 같은 저(低)물가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치상의 물가 상승폭을 제한한 국제유가 하락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은 실생활과 다소 거리가 먼 반면, 수요가 급증해 값이 오른 돼지고기나 계란 등은 장바구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물가를 둘러싼 수치와 체감온도 간 괴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하며, 3개월째 1%대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연간 상승폭(0.4%)에 비하면 오른 것이지만, 저물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해 기조적인 물가 변화를 알 수 있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말기인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 상승폭이다. 일각에서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동시에 오는 '디플레이션' 위기를 언급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달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0.5%로,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였던 2월(0.4%)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식 물가는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은 연초인데도 0.9% 상승에 그쳤다. 호텔숙박료는 5.2% 하락해 2010년 8월(-9.4%) 이후 최저였고, 콘도 이용료도 3.1% 하락했다.
그러나 체감되는 물가는 이 같은 숫자와 다른 양상을 띈다. 무엇보다 식재료 가격이 껑충 뛰었다. 채소(16.6%), 어개(8.4%) 등 신선식품 값이 올랐고 축산물과 가공식품도 각각 6.7%, 1.7% 가격이 상승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일상 식재료인 돼지고기(9.9%), 달걀(20.3%), 배추(96.9%), 양파(70.6%), 호박(58.1%) 등이 오름세를 견인했다. 원인으로는 코로나19가 지목된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로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가정내 식재료 소비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식소비 변화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실제 집밥을 먹는 비중은 83%로 작년보다 23.5%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는 유통업체 매출에서도 감지된다. 롯데슈퍼의 지난달 간편식 매출은 44.5%, 면·과자와 통조림은 각각 32.8%, 30.4% 뛰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1% 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상승률은 더 클 것"이라면서 "외식이 줄어 전체 식비가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식품들의 개별 값이 오르면 수치와 체감 간 괴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향후 물가와 지난해 기저효과 등으로 마이너스 상승률에 이르지는 않겠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후행 반영돼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안 심의관은 "지난해 물가가 워낙 낮아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무상교육 정책, 학교 급식비와 납입금 등이 개학지연 영향으로 4월에 반영되고, 통상 국제가격이 3~4주 후에 국내에 나타나는 석유류 값 등도 반영되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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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로나19로 수요가 폭증한 마스크값은 정부의 공적 마스크 정책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온라인 5000원대, 오프라인(약국, 마트 포함) 2000원대였던 마스크 제품은 지난달 각각 4000원대, 1800원대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약국만 따로 살펴보면 공적마스크 공급가(약 1500원)와 비슷한 1600원 정도로 집계됐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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