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최근 한달 새 신흥국서 하루 평균 39억달러 빠져나가"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근 한 달 새 신흥국에서 하루 평균 39억달러(약 4조7700억원)가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 만기가 도래한 저신용 신흥국들이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자칫 국가 부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국제금융협회(IIF)를 인용해 지난달 22일 기준 신흥국의 최근 한 달 평균 자본 유출이 39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3년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증시 급락을 야기한 테이퍼 텐트럼(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 그리고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자본 유출 규모가 10억달러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4배 가까이 자본 유출 규모가 큰 것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못하고 장기화하자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오일과 상품가격의 급격한 하락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와 신흥국 국채의 금리차를 통해 신흥국의 위험도를 보여주는 JP모건 EMBI 스프레드도 최근 들어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 중동 국가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큰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 데이터상 달러화 표시 국채 수익률이 미국 국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국가 수는 올해 초 4개국에서 현재 18개국 이상으로 늘었다. 국채 수익률이 오른다는 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떨어져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무디스는 딜로직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달 신흥국의 외화 표시 국채 발행은 없었다고 전했다. 2017~2019년까지 최근 3년간 3월에 월평균 240억달러의 국채 발행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투자등급 이하 신흥국들이 국채 리파이낸싱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스리랑카(신용등급 B2), 터키(B1), 온두라스(B1), 튀니지(B2) 등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주식은 세금 안 내는데" 내년부터 年 250만원 넘...
저신용 신흥국 가운데 정부의 재정 마련 과정에서 민간 투자자 의존도가 높은 국가도 문제다. 금융당국이 이를 완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달러 등 외화표시 채권으로 신흥국 통화가 달러 강세에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민간투자자들이 빠져 나갈 경우 이를 메울 수 있는 자원은 제한적이다. 채무조정 중인 아르헨티나, 레바논과 바레인, 오만, 앙골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연구원인 에드워드 글로솝은 "국가부도의 물결이 몰아칠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