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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무제한 돈 풀기' 나섰다…사상 첫 양적완화 (종합)

최종수정 2020.03.26 11:03 기사입력 2020.03.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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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금융위기때도 없었던 조치
금융기관에 무제한 유동성 공급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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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한국은행이 결국 '무제한 돈 풀기' 카드를 꺼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물ㆍ금융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풀기로 한 것이다. 금융기관들을 통해 자금을 간접적으로 공급하는 형태이긴 하지만, 매주 정기적으로 제한 없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양적완화로 볼 수 있다. 한은이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에도 없었던 조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고,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지원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게 된 배경이다.


한은은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ㆍ대상증권 확대를 골자로 한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통상 한은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시로 금통위에서 의결해 RP매입을 실시했는데, 이제부턴 매주 RP매입 창구를 열어두고 유동성이 필요한 금융기관에 무제한으로 자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설정했다. 입찰방식도 한도 제약없이 모집 전액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모집금리는 입찰 때마다 별도로 공고한다. 한은 관계자는 "7월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도 확대한다. 한은은 대상기관에 증권회사 11곳을 추가해 RP매매대상 비은행 대상기관이 현행 5개사에서 16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기존 제도였다면 한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던 증권회사들도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대상증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이 추가된다.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잡을 수 있는 대상증권도 확대돼 빌릴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의 조치로 정부가 내놓은 100조원 이상 규모의 '민생ㆍ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도 더욱 힘을 받게 됐다. 100조원 이상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금융기관들의 출자가 필수적인데, 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기조로 금융기관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지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민생ㆍ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시의적절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중앙은행이 외환위기때도 실시한 적이 없었던 정책대응을 하며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준다면 금융시장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책공조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이 제시한 RP매입시 조건이나 물량에 대해 민간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받은 은행들이 자금을 실제 현장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지 여부도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한편 이날 한은과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도 내놓았다.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을 기존 80%에서 70%로 낮추기로 했고, 금융회사의 해외 차입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앞으로 3개월 동안 외화건전성 부담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이 지속되며 달러선호 현상이 심화되자 국내 외화유동성 공급을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국내 은행에 적용되는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규제를 5월 말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70%로 적용해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수급에 선제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무역금융이 원활히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향후 3개월 간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해 확정돼 올해 징수 예정인 부담금에 대해서는 분할 납부 확대를 통해 납부를 유예할 방침이다. 외화건전성 부담금 한시 면제 제도는 은행ㆍ증권ㆍ보험ㆍ카드사 등 금융기관들의 외화를 차입하는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앞서 정부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외화 조달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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