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스튜어드십 코드와 내부자거래, 그리고 모자이크이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내부자거래는 참 묘하다. 잘 모를 때는 단순하고 쉬워 보였는데 알게 될수록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온다. 구체적 사례를 분석하다 보면 찰나의 인상만 있고 본질이 없는 인상파 그림처럼 사실은 뭉개지고 법리는 춤을 추는 가운데 실체적 정의는 무진의 안개 속에서 쉬이 길을 잃는 경우도 많다. 묘한 점은 또 있다. 일반 국민과 법학자 대부분은 내부자거래가 아주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경제ㆍ경영학계에서는 반대 입장도 상당수라는 점이다. 어쨌건 내부자거래는 그리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자본시장법상 대표적인 불공정성 범죄로 되었고 가장 무거운 형벌로 처벌되고 있다. 그러나 내부자거래 규제에는 중대한 회색지대가 하나 있는데 소위 '모자이크이론'이다.
어떤 정보가 그 자체만으로는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기존에 알고 있는 다른 정보나 공개된 정보와 결합돼 모자이크가 완성되면 전체적으로 볼 때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이 때 모자이크 완성에 기여한 비(非)중요정보의 수수와 그 이용이 불법적인 내부자거래인지가 문제되는데, 이러한 경우는 내부자거래가 아니라는 주장이 모자이크이론의 핵심이다. 법령이나 판례상 이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다. 내부자거래 관련 법리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논의가 많지 않은 주제인데 최근의 실제 사건으로 살펴보자.
2010년 초 캐나다 임페리얼은행의 투자은행업무 담당자 리처드 무어는 평소 업무차 알고 지내던 캐나다 연기금투자위원회의 임원이 모종의 대형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을 알게 됐다. 2010년 3월에서 5월까지 몇 차례 업무 관련 사소한 메일을 교환하고 또 이 임원이 런던으로 출장을 가는 것도 알게 됐다. 2010년 6월12일 어느 자선파티에서 무어는 이 임원이 다른 사람과 동석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는 무어를 그 사람에게 소개시켜 주지도 않고 그 사람이 누구라는 것도 밝히지 않았다. 무어는 나중에 그 사람이 영국회사 톰킨스의 CEO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이상의 제반 정보를 종합해 무어는 캐나다 연기금투자위원회가 톰킨스를 인수하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6월2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톰킨스의 주식예탁증서(ADR) 5만1350주를 매수해 약 16만달러의 이득을 얻었다.
사실 사건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내부자로부터 적극적인 중요정보의 제공이 없었고, 몇 차례 이메일 교환에서 M&A를 유추할 수 있는 언급이 있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통상의 내부정보에 요구되는 중요성이 없는 비중요정보였다. 따라서 기존의 모자이크이론에 비춰 볼 때 내부자거래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2013년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당국 모두 해당 거래를 내부자거래로 보고 각각 제재했다. 이는 이들 증권당국이 그 동안의 유보적 태도를 깨고 모자이크이론에 따른 면책 주장을 명시적으로 배척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파장이 작지 않다.
2011년 세계 7위 헤지펀드였던 갤리언펀드의 창업자 라자라트남의 내부자거래 사건에서 피고인의 핵심 방어 논리 또한 모자이크이론이었는데, 배심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적으로 취득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바탕으로 내부자거래를 한 것이라고 유죄 평결을 내린 바 있다.
올해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활동을 본격적으로 수행하는 원년이라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일반투자자에 비해 월등한 정보 우위에 있는 기관들이 상장법인과 긴밀한 접촉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 설령 그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 할지라도 이들은 기존 정보와 결합해 '보다 크고 보다 선명한 모자이크'들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기관들이 이처럼 엣지있는 모자이크를 가지고 거래를 할 때 자본시장법의 근본적인 규제철학인 '정보평등원칙'에 비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우리 금융당국과 검찰 및 법원의 입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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