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급처방에…이주열 韓銀 총재,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종합)
"미국 금리인하, 코로나19 확산 등 정책여건 변화 감안"
"통화정책 운용의 폭 다소 넓어져"
"통화정책, 정부정책과의 조화 고려해야"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4일 내놓았다.
지난달 27일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지 일주일여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미국이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만큼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여지를 준 것이다. 한은은 금리동결 당시에만 해도 금리인하로 인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4일 이 총재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미국의 금리인하와 관련, "정책여건 변화를 적절히 감안해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Fed가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한국 기준금리(연 1.25%)와의 역전폭이 해소되자 한은도 기준금리를 곧 인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총재는 "미 Fed의 이러한 조치로 미국의 정책금리(1.00~1.25%)가 국내 기준금리(1.25%)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이런 여건변화를 감안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주 후반부터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점 ▲주요7개국(G7) 총재와 재무장관들이 정책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점 등도 정책여건 변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자본유출 우려 측면에서만 본다면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폭이 다소 넓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실효하한이라는 것은 자본유출 측면만을 고려해 추정되는 것은 아니며, 실물경제 파급효과라든가 금융안정 측면의 부작용 등 여러 측면에서도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만으로 코로나19 파급영향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이 총재는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언급한 '정부정책과의 조화'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집행되는 시점과 금리인하 시점을 맞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중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75bp 내린 바 있다.
이 총재는 Fed가 한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언급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3월 FOMC에서 25bp의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향후 Fed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 등을 고려해 추가 금리인하 및 인하 폭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Fed의 깜짝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영향이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에 아직 반영되고 있지 않지만 국채금리와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내자 금리인하로 시장안정을 도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대로 Fed가 주요국 정책공조에 앞장설 필요도 있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한은이 국채를 추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부의 추경 편성으로 올해 발행될 적자국채 규모가 늘어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시장금리가 치솟아 민간의 소비ㆍ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한은이 이같은 구축 효과를 차단하고 통화정책 파급 경로를 정비하기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코로나19 대응 추경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은 채권공급을 확대시켜 시장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적자국채가 분산돼 발행될 경우 공급확대 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데다 최근 국고채 수요도 견실하게 뒷받침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상승압력으로는 일부 작용할 수 있겠지만 회사채 등에 대한 구축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고채 발행이 늘면서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는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고채 단순매입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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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고채 금리는 한은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며 급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8.1bp 내린 사상 최저치 1.02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8월19일 1.093%보다 6.4bp 낮은 수준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7.4원 내린 1187.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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