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예고 없이 한국인에 '빗장'…국내기업 일정 차질 우려
이스라엘, 모리셔스 잇달아 한국인 등 입국 금지…
강경화 장관 "차별적 통제 조치, 자의적 본국 송환 깊이 우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입국절차를 강화하는 국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전 협의 없이 선제적으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외교부가 나서 일방적으로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에 엄중 항의하는 한편 과도한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해외 출장 등 국내 기업의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사전 협의 없는 입국 통제가 잇따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차별적 통제에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린 '제43차 유엔(UN)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최근 보고되고 있는 코로나19 발생 국가 출신자에 대한 혐오 및 증오사건, 차별적인 출입국 통제 조치, 자의적 본국 송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각국 정부들은 대중의 공황을 불러일으키는 조치를 취하기보다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해 이러한 사건들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이를 종식시키기 위한 전지구적인 노력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식 입국 금지 조치, 7개국으로 늘어=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과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사모아, 키리바시, 홍콩,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요르단, 이스라엘 등 7개국가로 늘었다. 홍콩은 이날 현지시간 오전 6시부터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최근 14일 이내에 한국을 방문하 사실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스라엘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발이 묶인 한국인 여행객을 한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전세기 2대를 투입한 이스라엘 정부도 24일부터 한국 방문 이력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2일 한국인 177명의 입국을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전격 단행했었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이스라엘항공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이송된 우리 국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격리조치에 이어 본국으로 송환된 이들에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기한 승객들은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들이 배부한 건강상태질문지를 작성했다. 일찌감치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검역소 직원들은 질문지에 성명, 주소, 연락처를 기재해 달라고 안내했다.
승객들은 이후 공항에 마련된 검역대와 중국검역심사대를 거쳐 입국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검역소 관계자는 "승객들이 전세기를 타고온 만큼 사전 입국자 정보가 없어 확인차원에서 건강상태 질문서를 받고 있다"면서 "증상이 없는 경우 기본적 검역을 실시하고, 유증상자는 별도의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한 여성 승객은 "일행과 성지순례를 했는데, 현지상황은 매우 좋았고 일정도 많이 남았지만 이스라엘에서 일방적으로 귀국시켰다"면서 "앞선 한국인 성지순례객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에서 이스라엘에 온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역시 성지순례객인 박모(60)씨는 현지 상황에 대해 "음식점도, 호텔도 다 예약 했는데 입장이 되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마지막 날이어서 공항 인근 모처에 하루 머무르다 전세기를 타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도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인의 입국을 보류했다가 결국 입국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모리셔스는 이날 오전 2시 기준으로 공식적으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 명단에는 올라있지 않은 상황이다. 주마다가스카르 한국대사관은 모리셔스 정부로부터 한국으로부터 출발했거나 최근 14일 이내 한국에 체류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23일 모리셔스에 도착한 직후 격리된 한국인 관광객 34명이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아울러 베트남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인 입국자를 격리해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다낭시는 24일 대구를 출발해 도착한 한국인과 베트남인 80명에게 별도의 입국 절차를 밟도록 한 이후 병원에 격리했다. 호찌민시도 23~34일 한국에서 입국한 575명 중 대구 출신 한국인 3명을 병원에 격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베트남 측에 외교 채널을 통해 이번 격리 조치가 우리 측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데 엄중히 항의했다"며 "우리 국민에 대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항공 노선을 중단해 사실한 한국인의 입국을 통제하기 시작한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몽골은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몽골-한국 노선을 잠정 중단키로 했고 뉴질랜드는 오클랜드-서울 노선을 내달 7일부터 6월30일까지 중단할 예정이다. 베트남 뱀부항공 역시 26일부터 한국을 오가는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입국 통제에, 기업 일정 차질 우려= 이에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화 방산계열사들은 인도에서 수출 성과를 거둔 K9 자주포를 비롯해, 인도 공군 사업에 맞춰 견인형 대공포, 레드백, 신형 6x6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TIGON) 등 수출협약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LIG넥스원은 비호복합 대공 무기체계에 탑재되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등 현지 대공ㆍ해양ㆍ육상 환경에 최적화된 정밀 유도무기를 소개하기 위한 해외출장을 계획했지만, 수입대상국들이 한국에 대한 출국을 금지할 경우 수출논의가 연기될 수 밖에 없다. LIG넥스원은 내부적으로도 해외출장을 다녀온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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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방산전시회 참석도 어려워 질 수 있다. 내달에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에서 방산전시회를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방산기업들은 이들 전시회 참여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UAE는 문재인 대통령도 내달 방문을 추진할 정도로 '방산의 큰 손'으로 알려졌지만 입국을 거절할 경우 방산수출 판로가 차단될 수 밖에 없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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