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쪽잠 '경고' 처분에…"과하다" "자성" 갑론을박
일선 경찰관 거센 반발
"현장 외면" 성토
국민청원 소방과 비교하기도
"처분 반대 주장 과해" 비판 나와
근무환경·복지 개선 목소리도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새벽시간 골목길 한 켠에 서있는 순찰차, 그 안에서 경찰이 의자를 뒤로 눕히고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본 일이 있을테다. '근무는 안 하고 잠을 자네?'라는 생각에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밤샘근무로 고생하는데 잠깐 눈 붙일 수도 있지'라는 동정심도 든다. 그런데 이 같은 '순찰차 쪽잠' 행태가 경찰 내부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한 지방경찰청이 순찰차에서 잠을 자다 적발된 경찰관들을 상대로 징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논쟁은 엉뚱하게도 '소방관들의 취침 형태'로까지 튀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전북지방경찰청은 순찰을 소홀히 한 지구대ㆍ파출소 직원 15명에 대해 경고 처분하고 근무지를 전환배치했다. 해당 직원들은 근무시간에 순찰차를 세워놓고 잠을 자거나 사무실 불을 끄고 휴식을 취하다가 적발됐다. 경고 처분은 징계위원회를 통해 의결하는 공식 징계는 아니지만, 향후 승진 등 인사 때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자 일선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야간에 출동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지역경찰에게 과도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현직 경찰관 등 1만3000여명이 가입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성토의 글이 쏟아졌다. 한 경찰관은 "집에서 충분히 자고 와도 밤을 새우는 동안 피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온다"며 "시민들은 우리 사정을 모르니 (비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 징계까지 이루어지다니 가슴이 아프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경찰관도 "음주운전과 같은 중대한 의무위반과 현장 경찰이 지쳐 졸음에 빠진 일을 비슷한 수준의 의무위반인 것처럼 묶은 사례"라며 "현장 경찰들이 근무 중 잠깐이라도 잠을 잘 수밖에 없는 환경을 진지하게 조사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데 논의를 모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급기야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토론방에는 경찰과 소방을 비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소방 파출소는 밤에 신고 출동이 거의 없어, 문을 닫아놓고 이불 깔고 편하게 잔다"면서 "그런데 경찰은 밤새 신고 출동하고 순찰차에서 쪼그려 잠을 자도 징계를 먹는다"고 비판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토론방에는 현직 소방관이 해당 글과 관련해 소방 현실을 설명하고 경찰과 소방 모두를 응원해달라는 당부의 글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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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선 경찰관들의 '징계 반대' 주장이 과하다는 비판도 내부에서 제기된다. 현재 지구대ㆍ파출소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3교대 내지 4교대로 운영되고 있어 휴식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소방과 달리 경찰은 예방 차원의 순찰 활동이 필요하다"며 "시민 입장에서는 일련의 논쟁 자체가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일선 경찰관의 주장을) 확대해석하면 '근무시간에 피곤해서 자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도 "일선 경찰관의 근무환경과 복지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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