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반복작업에 악화되는 손목터널증후군·방아쇠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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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의료보험제도로 과거에 비해 의료 접근성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을 찾아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게 곤란한 이들이 있다. 생업으로 인해 치료 시간을 내기 힘든 경우이다.


물론 통증이 극심하다거나 위태로운 중병이라면 생업 때문에 병원 치료를 주저하지는 않겠지만 일시적인 치료로 호전을 보이는 통증의 경우 많은 환자가 병을 인내한다. 일을 미루고 병원을 찾기에는 참을 만한 통증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일 때문에 그 부위에 통증이 생겼는데 그 일을 멈출 수 없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게 된다.

통증의학과에서 볼 수 있는 위의 대표적인 질환이 손목터널증후군과 방아쇠수지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설거지, 나물 다듬기, 페인트칠처럼 반복적으로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발생한다. 처음엔 손끝이 저리다가 진행되면 손바닥이 저리고 아프며 잠에서 깨어 자주 손을 털거나 주무르게 된다. 더 심해지면 손바닥이 여위면서 젓가락질, 단추 끼우기와 같은 생활의 기본 동작마저 힘들어진다.


방아쇠수지는 손바닥 특정 부위가 딱딱한 물체에 반복적인 자극을 받아 발생한다. 가위질, 호미질, 설거지 등을 맨손으로 반복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보인다. 손바닥 관절에 통증이 심해지면 손가락을 접고 펼 때 걸리는 느낌이 있다. 오전에 그러다가 오후에 풀리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방치하면 손가락을 접고 펼 수 없게 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이 눌리는 손목을, 방아쇠수지는 손바닥 특정 부위를 치료하여 부기를 줄여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덜하다. 하지만 병의 원인이 되는 패턴으로 계속 손을 사용해야 하는 직종이라면 오래지 않아 통증은 반복된다. 통증이 반복되는데도 지속적이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병이 악화되면 수술을 할 수밖에 없고 수술을 하더라도 회복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이나 방아쇠수지의 경우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손목 사용을 줄이세요.' '딱딱한 것을 조심하세요.' '쿠션을 사용하세요.' 등등 환자가 조심해야 할 사항을 설명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은 못 된다. 대부분 생업에 필요한 활동으로 생긴 통증이기 때문이다. 일로 발생한 병이 일로 악화되어 다시 내원한 환자들은 다시 방문해서도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 '그냥 주사만 놔주세요.' '수술받으려면 며칠 쉬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요.' '다음에요. 지금은 일이 바빠서요.' 지속적인 치료, 적기 치료가 힘든 이유가 생업 때문이라니 그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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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원인을 알고 예방법이 확실하면 병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진행을 멈출 수 없다. 그 일을 꼭 해야만 하는 각자의 이유가 있고 쉴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생업으로 인한 병이기에 알면서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은 '내가 아니면 누가 소를 키우나요?' 하고 고개를 숙인다. 통증의학과 의사로서, 생활인으로서 마음 아픈 지점이다.

박용석 행복마취통증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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