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자가격리 권고…"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연하게 생각"
"도움 필요하면 얘기해라"…연구실 동료들 위로에 큰 힘

"일주일 간 외출은 단 한 번…식료품 사러" 자가격리 중국인 유학생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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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인천 인하대학교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리웨이(31ㆍ가명)씨는 자취방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중국 '춘절'을 맞아 고향인 허난성 신양시에 열흘가량 방문한 뒤 지난 3일 한국에 들어왔다. 그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사태가 터졌고, 입국 직전 학교로부터 '한국에 도착하면 자가격리하기 바란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신양시는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북쪽으로 22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허난성은 후베이성(29631명)보다는 현저히 적지만 광둥성(1159명)ㆍ저장성(1092명)에 이어 4번째로 많은 확진자(1073명ㆍ이상 11일 기준)가 나왔다. 리씨는 "고향에서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한 적은 없다"면서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자가격리 조치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방에만 틀어박혀' 살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일째다. 외출은 일절 삼간 채 하루종일 방 안에서 연구실 업무 등 일을 처리한다. 식사도 배달로 때운다. 지난 10일 간 식료품 구입 차 근처 마트에 한 번 들른 게 바깥 세상을 본 유일한 시간이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간단한 맨몸 운동을 한다. 평소 근처 헬스장을 매일 찾을 정도로 운동에 열심이었던 리씨지만, 자가격리 기간 중에는 자제하고 있다. 하루 중 그나마 답답함이 좀 풀리는 시간이다. 운동을 끝마친 뒤에는 또 다시 연구실 업무를 보다가 오후 11시께 잠자리에 든다.


리씨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게 좀 답답하긴 하지만, 최대한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그래도 연구실 동료들이나 주변 한국인들이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해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틈틈히 신종 코로나 관련 뉴스나 자국 소식을 챙겨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보면서 고향 가족들이 괜찮을까 걱정이 많다"며 "어서 사태가 진정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인하대에는 약 800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있다. 리씨처럼 최근 중국을 다녀온 학생은 5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대학 측은 이들에게 모두 자가격리를 권했다. 이씨처럼 자취방 생활을 하지 않고 기숙사에서 살던 학생들은 귀국 후 격리된 건물에 수용됐다. 학교 측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복학 여부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리씨는 "방학기간 중에 중국에 가 있는 친구들도 복학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후베이성 출신 친구들은 물론, 다른 지역 학생들도 한국 내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며 걱정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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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는 신종 코로나 우려로 개강을 2주 연기했다. 이에 중국에 머물고 있는 유학생들의 복귀도 다소 늦어지고 있다. 개강이 다가오면 입국 후 자가격리 대상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후베이성 출신 등 입국 자체가 어려워진 유학생 등 상당수는 휴학을 결정할 가능성도 높아 대학 측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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