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나가도(島)/정진혁
당신은 언제부턴가 내게 나가라고 소리친다
나가도 나가도 나가지지가 않았다
나가도는 어디일까
모과 열매 속으로 뛰어들어도 나팔꽃 속으로 달려나가도
나가도는 없다
당신에게서 나가도 나가도 나는 여전히 당신 안에 있다
나가도에서는 종일 나가도 골방이었다
늦은 거리에서 칼날 하나를 주웠다
주머니에 넣고 잊었다
주운 칼을 집에 들이면 누군가 아프다는 말이 파랬다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베었다
나가도처럼 날카로웠다
나가라는 섬은 오동나무를 보고 있었다
오동나무 그림자는 대문을 나갔다
오동나무 가지는 담장을 넘고 있었다
모두 오동나무 안에 숨었다
어떤 날은 책 여섯 권이 나가도로 갔다 가벼운 가방이 갔다 푸른 티셔츠가 갔다
손목에 찬 시계가 가고 내가 웃고 있는 흑백사진이 갔다
나간 것들이 모두 나가도에 모여 있었다
맨드라미 붉은 꽃대 같은 말들이 나가도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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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일찍 일어난 일요일 오전 리모컨을 꼭 쥐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대고 있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바깥에 나가 운동이라도 하라고 성화다. 그 등쌀에 못 이겨 나와 봐도 마땅히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돈도 없고 그냥저냥 동네나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돌고 그러다 문득 눈에 띈 목련 나무 겨울눈들이나 하나하나 헤아리다 집에 들어오면 나가란다고 진짜 나가느냐고 그래 혼자 쏘다니니 재미있더냐고 콕콕 쏘아붙인다. 아이구, 정말 남의 속도 모르면서. 당신 보고 싶어서 얼른 들어왔는데, 아까 나갈 때 문자 보내 놨던 친구가 보자는 걸 나 몰라라 하고 그저 당신 보고 싶어서 총총 바쁘게 왔는데. 야속하고 속상하고 그렇긴 한데 저녁밥은 참 따숩기만 하고 그래서 괜히 더 서럽고 울적하고.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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