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첫 투표 … 학교 내 선거수업, 어떻게 진행할까

교실로 들어온 선거, 1교시는 '주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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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만 18세들도 투표할 수 있게 됐다. 학년으로 보면 고등학교 3학년이고, 선거일까지 만18세가 되는 고3 학생은 14만명이다. 전국 고3 학생수가 45만명이니 교실마다 3명에 명 중 1명 꼴로 선거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당장 '교복 입은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편향 교육'과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은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겠다며 교과 과정과 연계한 선거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모의선거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사회현안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과연 우리 학생들은 이 수업시간에 무얼 배우게 될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교사들이 정치편향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이드라인'과 '선거교육' 동시에 준비=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시민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 배우는 수준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민주주의 가치를 내면화해 시민으로서의 태도와 역량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임원 선거나 학생자치위원회 활동 등은 있어 왔지만 학교 밖 세상, 즉 사회 현안이나 정치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도, 이를 거론할 분위기도 아니었다는 건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3월 개학 후 총선까지 한달 반도 남지 않은 시점에, 입시ㆍ취업 준비에 몰두해야 할 고3을 붙잡고 민주시민교육을 하기는 촉박해 보인다. 한 고교 사회과 교사는 "고3 학생들은 통상 1학기 때 교과서 진도를 모두 마쳐야 한다"며 "고3 학생들에 대한 교육보다는 앞으로 선거권을 갖게 될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좀 더 체계적인 수업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공직선거법에 대한 교육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정 정당에 가입한 학생이 학교에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는지, 후보자가 학교나 교실 안에 들어와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등은 가능한지 등에 대한 명확한 해석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조해 학생과 교사가 내년 총선 때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법상 허용되는 선거운동과 그렇지 않은 선거운동을 구분해 제시하는 '사례집'을 각 학교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모의선거교육' 부상= 그렇다면 실제 교육과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선거교육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사회과 교육과정을 보면 학생들은 초등학교 3ㆍ4학년에서 민주주의와 주민참여, 지역문제 해결 등 개념을, 5ㆍ6학년에서는 생활 속 민주주의, 민주정치 제도 등을 배운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정부 형태와 지방자치제도, 선거, 시민 참여 등을 배우고 고등학교의 경우 '정치와 법', '통합사회' 과목 등에서 선거권, 정치 참여, 정당, 이익집단과 시민단체 등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교과서 내용은 선거제도에 관한 지식 교육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모의선거교육'이다. 미래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선거제도를 이해시키고 참정권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선거에서 다뤄지는 많은 사회 현안을 수업 시간에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에는 교육시민단체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주도로 전국 17개 중ㆍ고교가 모의선거를 진행했고, 이보다 앞서 2017년 대선 때에는 청소년단체 YMCA에서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주장하며 모의선거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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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모의선거를 주제로 한 통합수업을 한 서울의 한 학교의 경우 국어시간에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의 정책 자료집을 읽고 공약을 비교하는 교육을 받았다. 또 논술 시간에 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교육 이슈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직접 글을 쓰기도 했다. 학생들은 수업 후 실제 선거처럼 투표도 했다. 모둠별로 지지하는 후보의 공보물을 만들거나 공약 발표 시간을 갖고, 학생들이 직접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투표와 개표 과정을 공유했다.


모의선거 수업을 진행해 본 김영복 교사(삼각산고)는 "참여했던 학생들은 자신의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몸소 느끼게 된다"며 "자신들의 모의선거 결과를 실제 선거 결과와 비교해 보면서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향후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학교 선거교육이 우리 삶 바꿀 것= 이 같은 모의선거 수업을 교육당국이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선거연령 확대에 발맞춰 지난해 말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11곳, 고등학교 19곳 등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할 40개교를 선정했다. 이들 학교에는 수업에 필요한 교구비 등으로 50만원씩을 지원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까지 민주시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고교 사회과 수업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선거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음 달 말까지 교육자료를 개발ㆍ보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일부 보수 교원단체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편향된 선거 수업이 실시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간 찬반 갈등이 격화돼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학교ㆍ교실 내 선거운동, 정치활동을 금지ㆍ제한하도록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법 등 개정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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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는 "학교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것처럼, 12년 학교교육을 받고도 주권 행사를 제대로 할 준비도 못한 채 선거를 하게 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전체 차원에서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높이고,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과 정책을 학생들 발달단계에 맞춰 학교에 제공하는 것이 맞다"며 "선거교육은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일"이라고 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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