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공화국의 눈물]문 닫는 식당 옆에 문 닫는 편의점…10곳 중 1곳 생존
외식업체 수익 악화일로…폐점률 가장 높아
편의점 폐점수 2천개 넘어…인건비 가장 부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신혜 기자, 차민영 기자] "왜 외식업에 뛰어들었나 후회만 남아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는데, 임대료를 내고 나면 봉급생활자보다 더 못 벌어요. 경쟁은 치열해지고 외식비 지출은 줄어들고 올해는 폐업 결단을 내려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5일 오후 중구의 한 백반집에서 만난 사장 한 모(49)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 같이 토로했다. 그는 "여기 저기 폐업했다는 소식이 들을 때 마다 가슴이 철렁하다"면서 "자영업자들이 참 살기 힘든 나라"라고 하소연했다.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 이 모(51)씨 역시 "이 나이에 밤잠까지 설치면서 늦은 시간까지 매장서 일을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엄두도 안나고, 적자만 쌓이고 있어 폐업을 할 생각"이라고 호소했다.
◆7천원 점심 팔아 600원 남기는 외식산업= 식당과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자영업자들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면서 인건비와 임대료 폭탄에 각종 원자재값 상승과 치열한 과당경쟁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6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1분기 65.97, 2분기 65.08, 3분기 66.01로 나타났다. 전년도 같은 분기 대비 동일한 경기 수준을 나타내는 기준점인 100보다 현저히 낮다.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외식산업은 경기침체 현상이 강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업종별 경기지수는 출장음식 서비스업을 제외하고는 큰 폭의 차이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발간한 '한국외식산업 통계연감 2019'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68만원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외식업체의 2008년 영업이익률은 약 22.9%였으나 2017년엔 8.7%로 급감해 현재까지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원은 올해가 자영업자들에게는 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실장은 "과당경쟁이 수익성악화를 불러와 폐업률이 증가되며 외식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데 뚜렷한 대책이 없어 올해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10개 외식 업체중 1~2곳만 생존= 외식업 폐업률은 전 산업의 폐업률 평균보다 높다. 2017년 기준 23.1%에 달해 전 산업 폐업률 평균인 12.6%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의 생존율(2016년 기준)은 1년 이내 61.0%, 3년 이내 32.2%, 5년 이내 18.9%로 창업 후 10년이 지나면 10개의 외식업체 중 1~2곳만이 살아남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요인 중 하나인 과당경쟁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9년 식품외식산업 주요통계'에 따르면 음식점업 사업체수는 2017년 69만2000개로 전년대비 2.5%, 2007년 대비 19% 증가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의 '공유주방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 용역'에 따르면 음식업종 창업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53개 업종 전체 창업 가운데 평균 17%를 차지했지만 같은 기간 신규 대비 폐업자 비율은 평균 90.9%에 달했다.
◆폐업 위기 부추기는 배달 경쟁= 여기에 배달 경쟁마저 심화돼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 추산 배달앱 시장 규모는 5조원 가량이다. 월간 이용자 수만 500만여명을 넘어섰다. 같은 지역 내에서 배달앱을 통해 경쟁하는 식당이 많게는 수십 곳에 달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권지훈(가명ㆍ59)씨는 "주변에서 배달 서비스와 거리가 멀던 생고기집들까지 배달을 한다"며 "홀 장사가 어려우니 다들 배달에 뛰어들고 있지만 수수료, 대행비, 서비스, 배달시간, 리뷰 등 신경 쓸 일은 더욱 많아졌고 장사는 여전히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구로구에서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운영 중인 김승래(가명ㆍ39)씨는 "불경기와 나눠먹기가 합쳐져 장사를 포기하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며 "우리 동네만 해도 지난해에 비해 배달앱에 등록된 식당 수가 두 배나 늘어나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이라고 한숨 쉬었다. 김 씨는 "경기마저 좋지 않아 저가 맥주, 무한리필 삼겹살집이 아니면 사람이 몰리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직격탄 맞은 편의점 업계=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은 국내 편의점 점포당 평균 일 매출이 18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한 인건비는 한사람 당 24시간 기준, 월 621만2400원이 나간다. 사장이 한 사람 몫을 대신한다 치더라도 본사에 내는 로얄티와 전기세, 임대료 등을 제하면 점주의 손에 쥐는 건 정작 얼마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폐점수는 이미 2000개를 넘어섰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추산한 편의점 신규 폐점수는 2016년 1499개에서 2017년 1398개로 줄었다가 2018년 2040개로 훌쩍 뛰었다. 신규 출점수는 2018년 3667개에 그쳐 2016년(5116개)과 2017년(5611개)에 비해 급감했고 신규 출폐점수를 합산한 전년 대비 순증량도 2018년 1627개로 2017년(4213개)의 약 40%수준으로 토막났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편의점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제 1순위 요인으로 꼽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2017년에서 2018년을 넘어갈 당시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 이상 훌쩍 뛴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며 "이전에는 다점포(2개 이상) 운영 업자들이 파트타임 노동자를 고용해 편의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케이스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