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닉값 - 이름이 규정한 ‘삶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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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논어 자로편 3장, 제자 자로가 스승 공자에게 묻는다. “왕께서 스승께 정치를 맡긴다면 어떤 일부터 하시겠습니까?” 공자는 “정명(正名)”이라 답했다. 수십 년째 천하를 주유한 스승의 대답이 시시하고 마뜩잖았던 자로가 “왜 하필 이름입니까?” 되묻자 공자는 자로를 꾸짖으며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며…백성이 손발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논어에 단 한 번 등장하는 ‘정명’은 말 그대로 이름을 실질에 맞게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이름값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이 역사를 통해 입증되며 공자의 사상을 대표하는 이론으로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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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값은 닉네임(Nickname)값의 줄임말로 온라인상에서 사용하는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은 언행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세종대왕과 더불어 조선 시대 성군으로 손꼽히는 정조는 말년에 자신의 호를 ‘만천명월 주인옹(萬川明月 主人翁)’이라 칭했다. 하늘의 달이 만개의 개울을 비추듯 서로 다른 백성 모두에게 선정(善政)의 혜택이 고루 가닿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름이었다. 정조는 스스로 “대들보감은 대들보로, 기둥감은 기둥으로,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살게 하여 그 단점은 버리며 장점을 취하고, 선함은 드러내 주고 악함은 숨겨주며 잘한 것은 안착시키고, 잘못한 것은 뒤로 돌려주며 재주보다 뜻을 더 중히 여겼다”고 자신의 용인술에 대해 기록한 바 있다. 만개의 개울만큼이나 각기 다른 인재의 성정과 기량에 맞게 일을 맡긴 정조의 사려와 지혜는 조선 후기 문예 부흥과 개혁 정치의 성과로 이어졌다. 야사에 의하면 정조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2~3시간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닉값’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웠음을 역사와 기록이 방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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