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문희상 역적, 민주주의 파괴자" (자유한국당 의원들)
"(한국당이) 민주주의 파괴자들 아니에요?" (문희상 국회의장)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본회의장은 몸싸움과 막말이 오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본회의는 개의전부터 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 주위를 둘러싼 채 농성을 벌이면서 파행을 빚었다. 다음 회기를 결정하는 안건을 1호로 올리지 않고 곧바로 선거법 개정안 표결에 돌입하려는데 대한 항의였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의장실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항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고,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 등 양당 원내대표의 안건 순서와 관련한 담판에서도 아무런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결국 오후 4시30분께 문 의장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문 의장이 의장석으로 가려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서면서 문 의장은 의장석 왼쪽 국무위원석에 한참을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심 원내대표는 이 사이 기자들과 만나 "회기 결정이 언제인지도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을 먼저 처리하려 하고 있다"며 "그것은 국회법 규정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한참을 앉아있다 오후 5시30분께 다시 단상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경호원들과 심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문 의장은 단상 통로에 진을 치고 있던 한국당 의원들을 손으로 밀쳐내고 지나가려 했다. 단상은 국회 경호원, 한국당 의원들이 뒤섞여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전희경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넘어지기도 했으며 이은재 의원은 힘이 빠진 듯 휘청이다 당직자의 부축을 받고 본회의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문 의장이 의장석에 착석하자 민주당 의원석 쪽에서 박수 소리가 나왔다. 문 의장이 본회의 개의를 알리며 의사진행 시작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사퇴하라", "문희상 역적" 등 구호를 외치며 극렬하게 항의했다. 의사진행을 하는 문 의장의 목소리가 한국당 의원들의 목소리와 겹쳐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선거법 개정안은 재석 167명 중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문 의장은 선거법 개정안 통과 후 나머지 법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을 향해 "민주주의 파괴자"라고 외치자 문 의장은 "(한국당이) 민주주의 파괴자들 아니에요?"라고 응수했다.
또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 김정재 한국당 의원이 제안설명을 거부하자 "김정재 의원이 제안설명 안한다니까 꼭 기록에 남겼다가 포항분들에게 얘기 좀 해주시길 바란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선거법이 통과된 데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선거법 통과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 상정부터가 불법인 만큼 날치기 처리 역시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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