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 청구 무리" vs "정치 판사" 조국 영장 기각, 엇갈린 여·야

法 "범죄 혐의 소명됐으나 도주 우려 없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인턴기자] 27일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검찰을 비난한 반면 야당은 법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1시께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범죄 혐의는 소명된다"면서도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를 통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불구속 수사가 기본이었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가 너무 무리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며 "'범죄혐의가 소명됐다'는 (법원의) 말은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 유죄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구속될 사유가 안 되니까 억지로 잡아넣으려고 했는데 안 된 것 아니겠나"라며 "법원도 그걸 알면서 검찰 입장을 세워주느라고 죄질이 나쁘다고 얘기했지만, 뒤에 가서 보면 '사안이 엄중하지 않다'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을 하면 할수록 검찰이 얼마나 무리하게 이 사건에 매달렸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다 무죄가 나온다"며 "검찰이 그걸 모르겠나. 구속할 수 없는 사안을 가지고 구속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조 전 장관 반대 측 입장은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YTN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서 "조국은 잠시 구속을 피했을 뿐"이라며 "장관까지 한 사람과 교수까지 한 분들이 머리를 써서 영장을 피해가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너무 잔졸하고 치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비록 이번 영장은 기각됐지만, 오히려 영장 심사 과정에서 비밀리에 부치던 사실들이 하나씩 벗겨져 드러나고 있다"며 "조 전 장관과 '감찰무마'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민경욱 자한당 의원도 법원의 결정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정치검찰은 사라지고 정치 판사가 판을 친다"며 "판사는 언제나 우리 사회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여야 하기에 그 해악이 더 크다. 권덕진 판사의 조국 구속영장 기각결정에 대한 동료 판사들의 평가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은 딸 입시부정 혐의고 조국은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인데 부부 둘 다 구속은 가혹 운운한 것도 우습고, 그 어리광을 받아준 권덕진 판사는 개그맨"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