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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없는 車노사관계]선진국 미래차 달릴 때, 파업도로 질주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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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저생산성 고착화 구조…R&D 투자 여력 위축 악순환
5사 인당 평균 임금 9000만원,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 12.1%…도요타의 2배 넘어
글로벌 車업계 디지털 전환…인원 감축 등 선제대응
노동 유연성 개선할 제도 개선 시급

[해답없는 車노사관계]선진국 미래차 달릴 때, 파업도로 질주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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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올해 2월 말 열린 현대자동차 노무 담당 워크숍 분위기는 푹 가라앉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성적을 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전 세계 7개 공장, 1만4700명을 정리해고 한다는 언론 보도가 화두에 올랐다. 당시 GM의 영업이익률은 6.7%. 반면 현대차는 1.5%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수치도 공유했다. GM뿐일까. 포드 7000명, 재규어랜드로버 4500명, 혼다 3500명 등에 이어 폭스콘 5만명까지 업종이나 국가에 관계 없이 해고의 공포가 시작됐다는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의 발언에는 위기감이 묻어났다. 현대차에서 노무 총괄을 맡고 있는 윤 부회장은 "지금 자동차 업계의 경쟁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도 곧 다가올 일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다그쳤다. 사실상 매년 파업을 거듭한 현대기아차 노동조합을 향한 엄포였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일자리 지키기'는 우리나라 자동차 노사 관계의 최대 갈등 요소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현재로서 현대차는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막는 대신 정년퇴직 시 정규직을 대체 충원하는 관행을 없애는 자연 감원 원칙을 세웠지만, 이는 안정적이고 협력적 노사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다. 현대차나 기아차 노조도 이 같은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두 달 전 기아 노조 집행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일제히 핵심 공약으로 '친환경차 물량 확보'를 내건 일이 단적인 사례다. 이미 도래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조합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임금이나 복지보다는 고용 안정을 우선적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수석위원은 "노조는 일자리 유지 이슈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면서 결국 생산 인력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기존 인력을 다른 분야로 자연스럽게 편입할 수 있도록 노사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위원은 나아가 "정부는 인력 운용의 유연화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에 파견근로자 활용이 허용돼야 하고 중요한 것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 보장, 생산 차종의 변경 유연성 등 생산 유연성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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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M과 포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폭스바겐, 일본 닛산 등은 올해에만 수만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세계 각지에서 수십여 곳의 생산 공장 문을 닫거나 닫을 예정이다. 다가오는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는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이한 점은 감원 한파가 몰아닥쳤는데도 노사 갈등이나 뒷말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요하임 다마스키 독일자동차협회(VDA) 박사는 "독일의 경우 근로자 평균 연령은 53세로, 해고보다는 조기 퇴직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전직을 위한 교육ㆍ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노사정이 최선의 방안을 찾으려고 머리를 맞댄다"면서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적극적 협조 아래 이뤄지고 있어 분규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쟁 업체들은 미래차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선제 대응에 발빠르게 나섰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고착화한 고임금·저생산성 구조 속에 경쟁력을 더 잃어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건비 등 높은 비용과 저효율 생산 체계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여력 위축으로 이어져 미래 경쟁력 대비 취약성은 더욱 심화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R&D 투자액은 4조4000억원으로 영업이익 감소에도 R&D를 꾸준히 확대했으나 여전히 폭스바겐의 4분의 1, 도요타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현대기아차는 2.9%로, 폭스바겐(5.8%)과 GM(5.3%), 도요타(3.5%)에 비해 낮다. 반면 국내 완성차 5사의 1인당 평균 임금은 약 9000만원으로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을 추월한다. 특히 5개사 평균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2.1%로 도요타(5.8%)를 두 배 이상 앞선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내연기관 기술은 선진 업체 수준에 도달했으나 친환경차 핵심 소재 부품 기술에서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국산화율은 2% 수준에 불과하고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 기술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소재 핵심 기술은 선진국의 30~40% 수준, 수소전기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지만 핵심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가 IT 기기로 전장화하는 추세로 가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전문 인력이나 소프트웨어(SW), 시스템 반도체 등 고급 인력 양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마스키 박사는 "가까운 미래에는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다양한 소비자를 위한 1대 1 맞춤형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 전체를 최적화하고 지능화하려면 고도의 훈련된 인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정부와 공동으로 퇴직 인력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IT와 SW 등 디지털화 교육ㆍ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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