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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소화전, 막힌 소방로…전통시장 '화재불감증'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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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계구역 63.8% 달해
불나면 인명·재산피해 커
상인 예방노력·교육 강화 요구

서울 중구 방산시장 집입로에 인근 상인들의 차량이 장시간 주차돼 있다./이정윤 기자

서울 중구 방산시장 집입로에 인근 상인들의 차량이 장시간 주차돼 있다./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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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23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방산시장 진입로인 을지로 35길. 폭 6m가량의 이 도로 노면에는 '소방도로 주차금지'라는 표시가 새겨져 있지만 시장을 오고가는 상인들의 이륜차와 화물차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을 지나려는 차들은 주차된 차량을 피해 이동해야 했고 교통 혼잡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재에 취약한 포장자재와 비닐 판매점이 몰려있는 탓에 소방차 통행로 확보가 중요함에도 상인들의 차량이 도로를 막고 있는 것이다. 인근 상인 임모(55)씨는 "어떤 차량은 한나절 동안 도로를 막아선 채 주차돼 있기도 하다"면서 "소방차 진입을 막을 수 있는데도 장시간 차를 빼지 않아 불이 나면 어떡하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의류를 판매하는 동대문 평화시장에서도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상인들은 소화전 주변에 의류를 전시했다. 또 비닐봉투나 잡동사니를 놓아 둬 쉽게 위치를 찾기 어렵도록 했다. 이곳은 9월22일 화마가 휩쓸고 간 제일평화시장과 불과 2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평화시장 맞은편에 있는 신평화패션타운 상인들도 소화전 옆에 의류를 담은 종이상자를 가득 쌓아둔 채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서울 중구 평화시장의 한 의류업체가 소화전에 의류를 전시해 놨다./이정윤 기자

서울 중구 평화시장의 한 의류업체가 소화전에 의류를 전시해 놨다./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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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피해를 부르는 전통시장 화재가 매년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전통시장은 낙후된 화재 방지 시설, 전기 설비 등 때문에 화재에 취약할 뿐더러 겨울철에는 난로 전기장판 등 온열기구 사용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정작 소방도로에 버젓이 차를 세워두거나 소화전과 소화기 옆에 물건을 쌓아둬 신속한 화재 진압이 힘든 상황이다. 겨울철만 되면 전통시장은 화마에 신음한다. 올해 1월 강원 원주 중앙시장에서는 전기난로 취급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점포 108개가 불에 타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6년11월에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나 상인회 추산 약 1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청이 발표한 '2019 소방청 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 전체 화재경계구역 144곳 중 시장지역은 92곳(63.8%)에 달한다. 화재경계구역은 화재 발생 우려가 높거나 불이 날 경우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의미하는데, 시장은 목조건물 밀집지역(19곳), 위험물 제조소 등 밀집지역(17곳), 공장창고 밀집지역(4곳)보다 월등히 화재 위험도가 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에 한 번 불이나면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화재를 예방하려는 상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교육과 홍보활동도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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