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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읍참마속'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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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 차이나타운 삼국지 벽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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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사로운 정에서 벗어나 대의를 위해 측근을 쳐내는 일을 두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사자성어를 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이 1차 북벌 실패의 결정적 요인인 가정전투 참패의 책임을 물어 총애하던 장수인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보통 자신이 믿던 측근조차 눈물을 머금고 쳐낸 제갈량의 결단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 읍참마속이 벌어졌던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제갈량의 결단보다는 애초 전투경험이 전무한 마속을 선봉장으로 세운 제갈량의 실책이 더 두드러진다. 제갈량이 이런 무리한 인사를 단행한 이유에는 마속이 갖고 있는 정치적 기반이 한몫 했다. 마속은 제갈량과 함께 촉한 정권 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형주(荊州)'란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동향인 제갈량과 이전부터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실제 유비가 세운 촉한이라는 나라는 당대 중국의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연립정권이었다. 일단 유비와 관우, 장비 삼형제는 오늘날 베이징(北京) 일대인 탁군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후 유비세력의 이동경로를 따라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등용됐다. 오늘날 장쑤성(江蘇省) 일대인 '서주(徐州)', 후난성(湖南省) 일대인 '형주', 쓰촨성(四川省) 일대인 '익주(益州)' 등 수천킬로미터씩 떨어진 지역 인사들이 유비 휘하로 들어와 촉한을 세웠다. 오늘날에도 이들 지역은 통역없이 대화가 안될 정도로 말과 문화가 천양지차다.


제갈량 또한 마속과 같은 형주사람이었다. 제갈량은 마속의 형인 마량과도 형제처럼 지냈다. 이런 배경을 대신들이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유비가 마속을 두고 말만 앞서는 인물이라 크게 쓰면 안된다는 유언까지 남겼으나 제갈량은 유비 사후 마속을 중용했다. 가정전투는 마속이 제갈량의 계획대로 수비만 했다면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공을 인정받기 좋은 선봉장 자리였다. 야전 경험조차 전무하고 행정만 도맡았던 인물을 선봉장으로 썼던 만큼 의도적인 자기 지역의 측근 챙기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1차북벌 실패 당시 제갈량은 마속을 죽이지 않고는 단순히 군율이 서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향후 국정운영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제갈량이 북벌 실패 이후 자신의 벼슬 또한 3등급 깎고 한동안 칩거에 들어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능력이나 경험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벌인 측근챙기기용 인사가 얼마나 무서운 실패로 돌아올지 보여줬다는 점이 읍참마속의 진정한 교훈으로 남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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