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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남방 K금융]베트남, 기회의 땅…박항서 신드롬 '날개'

최종수정 2019.12.16 13:52 기사입력 2019.12.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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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베트남은행 하노이 지점 외부에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모델로 한 홍보 광고가 게시돼 있다.

신한베트남은행 하노이 지점 외부에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모델로 한 홍보 광고가 게시돼 있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베트남 하노이 시내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듯 하다. 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있지만 그 사이사이로 오래돼 낡은 건물들이 점점이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초대형 빌딩 건설 현장도 여럿 눈에 띈다. 그만큼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이미 한국 은행들의 각축장이 돼 있다.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라고 하지만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동남아 국가들에서의 금융 수익성은 월등하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한국은 1%대인데, 베트남은 상장된 은행 기준으로 3.5%에 이른다. 대출 금리는 10%를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박항서 신드롬'을 비롯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 정서가 든든한 기반이기도 하다.


KEB하나은행이 쏘아올린 대형 투자는 상징적이다. 하나은행은 베트남에서 호치민과 하노이에 각각 한 곳씩의 지점만을 두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퀀텀점프'를 했다. 지난달 1조원이라는 '통큰 베팅'을 통해 베트남 최대 은행 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며 2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하노이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도 논밭이 많다. 몇 해 전만 해도 간혹 정전이 될 정도로 전력 사정도 좋지 않다.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KEB하나은행은 1000여개 현지 국영은행 지점을 네트워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날개를 크게 펼칠 것이다."


지난달 말 현지에서 만난 함진식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새롭게 열릴 지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주로 상대해 왔다면, 이제는 '진검 승부'를 노린다. 일단 타깃은 인프라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물류단지, 정유플랜트 등 투자 수요가 무궁무진하다. 인프라가 아직은 굉장히 부족하다. 당연히 자금이 필요하지 않겠나. 금융으로서도 큰 기회다."


특히 발전소 프로젝트가 가장 뜨겁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속속 건설되고 있으나 전력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력 뿐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관련된 분야에 베트남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전언이다.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악화된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빌딩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은행 지점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빌딩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은행 지점



신한은행은 한국의 은행 중 베트남에서 최강자의 위치를 더욱 강화하려 한다. "베트남에 신한은행을 하나 더 세우는 것이다." 차원이 다른 눈높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36개의 영업점에 1800명에 이르는 직원을 두고 있다.


현지 진출해 있는 한국의 은행들 중에서 독보적인 것은 물론, 전체 외국계 은행 중에서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어깨를 견주는 최대 규모다. 신한은행이 올리는 글로벌 이익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조명현 신한베트남은행 북부센터장 겸 하노이 팜훙지점장은 "추가적인 M&A 가능성은 열려있다. 영업점은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2~3년 내에 50개까지 늘리려고 한다. 베트남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려 큰 나무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이니까 가능하다고 본다. 마침 박항서 감독이 신한베트남은행 광고 모델이다. 호치민 전 국가주석에 비견될만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보니 신한베트남은행으로서는 덩달아 꽃가마를 탄 셈이다. 하노이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의 외관은 박항서 감독을 모델로 한 대형 광고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실적에도 눈에 띄는 향상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일해봤지만 베트남은 확실히 다르다. 한국에 아예 관심이 없는 지역도 있는 반면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은 잠깐 같이 있어봐도 체감할 수 있다. 실제로 영업을 하러 가도 반갑게 맞아준다. 한국을 벤치마킹해야겠다는 분위기도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한국 본점의 한 가지가 아니라, 이 땅에서 하나의 은행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의 대부분, 기업대출의 3분의1가량을 한국계가 아닌 현지 기업들을 상대로 하고 있다. 이미 현지화가 상당히 진척돼 있는 것이다. 디지털에서도 한 발 앞서 있다. 베트남의 카카오톡이라 할만한 국민 SNS '잘로'를 통해 신한베트남은행 신용대출을 할 수 있도록 연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조 센터장은 "인터넷뱅킹 뿐 아니라 모바일뱅킹도 점차 확산되고 있어 잘로 신용대출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로 특화된 모습이다. 베트남 하노이 캠퍼스-K에는 현지 젊은이들이 노트북 컴퓨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 그 곳에 지난 10월 '디노랩 베트남'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금융의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이 해외로 진출한 사례다. '동남아는 계좌 사용률이 낮아서 진출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단순한 접근과는 다른 차원이다. 한국에서뿐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디지털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실천이자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육성된 스타트업 기술이나 서비스로 우리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1기 입주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 업체 등 5곳이다. 김재현 디노랩 베트남 센터장은 "베트남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30세 정도밖에 되지 않고 젊은 층들의 디지털 이용률이 높다"면서 "그럼에도 시스템은 영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해야할 일들은 많다. 내년부터는 현지 핀테크 업체들도 입주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첨병이 디지털이다. 단순한 은행 업무는 기본이며, 한 발 더 나아가 마치 IT 기업처럼 구상하고 영업한다. 김종우 우리은행 베트남부법인장은 "지난해부터 빌딩이나 아파트 관리 솔루션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아직도 관리비를 수기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금융 관련 수익과 함께 고객 확보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모바일 뱅킹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김 부법인장은 "모바일로 들어오는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대출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현지 은행들에서는 아직도 2~3일 걸리는 일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출사표를 냈다. 권태두 국민은행 초대 하노이 지점장은 "세상에 없는 것을 찾으려 한다. 한국의 높은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장 베트남스러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차별화된 경쟁력, 우리는 여기서도 디지털로 간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국민은행은 아직 덜 알려졌다. 인지도를 끌어올릴 핵심 디지털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이 주된 과제라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한국에서의 위상과 달리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호치민 지점에 이어 지난 2월 하노이 지점을 오픈한 것은 좀 더 역동적인 해외 사업에 나서려는 일환으로 비쳐졌다. 하노이는 베트남 개발과 투자, 한국 기업 진출이 집중되고 있는 북부 지역 거점이다.


"한국에선 으레 베트남 사람들은 은행도 많이 이용하지 않고 휴대폰 앱도 안 쓸 것처럼 여기기도 하는데 실상은 다르다. 15세 이상 계좌 보유 수가 4000만개를 넘을 정도이며, 스마트폰 배달 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는 게 일반적이다." 디지털 기반 영업을 하기 위한 기반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노이 시내는 차량 공유와 음식 배달 등을 하는 플랫폼 '그랩' 오토바이와 택시들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베트남이 계속 성장할 것이란 점에는 별로 이견이 없다. 우리가 함께 올라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 호흡으로 이익을 내기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다. (다른 한국 은행들에 비해) 늦었지만 어차피 경쟁의 본질적 목표는 추월이다."

KB국민은행 하노이 지점에 근무 중인 현지 직원들

KB국민은행 하노이 지점에 근무 중인 현지 직원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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