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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돈 주고 질 낮은 소고기 먹을 판…"투뿔인 듯 투뿔 아닌 투뿔같은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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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소고기 등급 기준 개편안 시행
마블링 함량 지금보다 낮아도 최상위 1++ 등급 포함
소비자 "같은 품질 고깃값만 오르는 셈" 불만
전문가 "마블링 중심 등급제 자체 바꿔야 한우 경쟁력 확보"

소갈비.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소갈비.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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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서울 중구에 사는 주부 최지윤(51세ㆍ가명)씨는 평소 육식마니아인 중학생 아들에게 먹일 소고기를 사기 위해 마장동 축산물 시장을 종종 들른다. 대형마트보다 마장동이 훨씬 저렴해서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마블링이 많은 1++등급 한우 갈비살과 1+등급 가격 차이가 100g당 많게는 30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최 씨는 "같은 부위여도 등급에 따라 가격 차가 30% 정도 나지만 아이에게는 좋은 고기 먹이자는 생각에 비싸도 1등급을 사는 편"이라며 "앞으로는 기존에 싸게 먹을 수 있었던 1+도 1등급으로 분류된다니 더 비싼 돈 주고 사 먹게 되는 셈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음달 1일부터 개편되는 소고기 등급 기준을 놓고 소비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내지방도(마블링) 함량이 지금보다 낮아도 최상위인 1++(투플러스)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1+(원플러스) 등급의 고기가 1++로 편입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등급의 고기를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 사 먹게 되는 셈이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 1일부터 소고기 유통ㆍ판매 시 가격 및 품질 등의 주요 지표가 되는 소고기 등급 기준을 개편 시행한다고 밝혔다. 마블링 중심의 등급체계가 장기 사육을 유도해 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늘어나고, 지방량 증가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트렌드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소고기 등급기준이 바뀌는 것은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마블링 중심의 등급체계 개선을 위해 고기의 품질을 나타내는 육질 등급(1++, 1+, 1, 2, 3)에서 1++등급과 1+등급의 마블링 기준을 조정했다. 1++등급은 지방함량이 현행 17% 이상에서 15.6% 이상으로 낮아졌고, 1+등급은 지방함량이 13∼17%에서 12.3∼15.6%로 조정된다. 개편안을 적용했을 때 2++ 한우 비율은 현재 12.2%에서 20%대로 크게 늘어나고 1+ 비율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결국 소비자와 농가 부담을 동시에 늘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반감을 표하고 있다. 평소 한우를 즐겨 먹는다는 주부 차현아(34)씨는 "가격 부담으로 인해 최상위 등급이 아닌 1+ 소고기를 자주 사먹고 있는데 같은 품질의 고기가 1++로 분류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깃값 인상이 돼버리는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김다영(29)씨는 "안 그래도 한우 가격이 비싸 자주 먹지 못하는데 이제 정말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만 먹어야 할 듯하다"고 한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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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육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농가야 수입이 늘어 좋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한우 수요가 줄면 대체재인 수입육 수요만 늘리는 꼴이 될 것이고 피해는 결국 농가의 몫"이라며 "차라리 등급제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지방함량 등급, 육질 등급 등을 표기해 자연스럽게 시장가가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도 소고기 등급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 자체"라며 "국내에서 채택 중인 소고기 등급제는 미국에서 만든 제도로, 전 세계에서 한국, 미국, 일본 세 국가만 이용하고 있으며 그러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미국 소는 마블링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져있는 데다 한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국내 소비자들이 한우보다 미국 소를 찾게 되는 것"이라며 "한우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마블링을 기준 삼아 획일적으로 등급을 매기는 제도 자체를 바꿔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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