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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흰자' 많은 사람 눈이 생존율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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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눈이 사람의 눈인지 금방 찾으시겠지요? 사람의 눈만이 가진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어느 눈이 사람의 눈인지 금방 찾으시겠지요? 사람의 눈만이 가진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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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사람의 눈과 동물의 눈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사람에게는 있고, 동물에게는 없는 것. 흔히 '흰자'로 불리는 '흰 공막'입니다.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도 흰 공막은 있지만 아주 적습니다. 게다가 사람의 흰 공막은 면적이 넓어 눈에 확 띄지만 개나 고양이는 극히 일부이고 동공과 공막의 구분이 흐릿해 눈 전체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눈만 봐서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흰 공막이 없는 동일한 눈빛 때문에 눈을 보고 어디를 응시하는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동물이 더 잘 사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눈 전체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볼 때 그들이 어느 곳을 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알아 차리기 힘들어 대응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흰 공막이 넓은 사람은 그 사람의 눈을 쳐다보면 금방 그 의도와 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공막은 안구를 감싸고 있는 섬유조직입니다. 고릴라나 침팬지 등 영장류 동물의 공막은 홍채와 비슷한 짙은 갈색입니다. 인간만 흰공막을 가졌습니다.


영화 '혹성탈출 : 종의전쟁'의 주인공 시저의 매서운 눈동자는 사실 인간의 눈동자였던 것이지요. 시저의 케릭터를 강조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은 영장류 동물과 1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합니다. 연구팀은 실험대상과 연구자들을 마주보게 합니다. 그 후 연구자들이 머리와 눈을 여러 방향으로 돌리면서 실험대상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습니다.


실험결과, 영장류 동물들은 연구자의 눈 방향이 아닌 머리의 방향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연구자의 머리가 돌아가면 그 방향으로 따라 머리를 돌리거나 주의를 끌었던 것이지요. 반면, 이제 한 살된 유아들은 눈의 방향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습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입니다.


이 실험은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눈을 선호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눈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만 이런 흰 공막이 발달하게 됐을까요?


미국 펜실베니아대 팻 쉽먼 교수는 인간이 흰 공막을 가지게 된 것은 개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쉽먼 교수는 개가인간의 시선과 의도를 파악하게 되면서 인간과 개는 협력해서 사냥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 사냥 효율이 높아지면서 인간의 생존율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흰 공막을 가진 눈으로 진화해왔다는 가설입니다. 쉽먼 교수는 그 근거로 인류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은 개를 키운 흔적이 없으며,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흰 공막과 다른 침팬지와 같은 짙은 색의 공막을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눈을 서로 마주보며 소통하는 것은 자주 중요합니다. 시선 교환이 대화보다 더 중요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눈을 서로 마주보며 소통하는 것은 자주 중요합니다. 시선 교환이 대화보다 더 중요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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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흰 공막이 생긴 이후에는 개를 더 잘 길들일 수 있게 됐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남게 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개를 키우던 호모 사피엔스와 개를 키우지 않았던 네안데르탈인 의 차이가 바로 여기 있었던 것이지요. 개가 있어 사냥감을 발견하는 시간이 단축됐고, 사냥시간도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 맞을까요? '자폐'는 사회적 소통 능력에 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폐증에 걸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2017년 미국 하버드대 마가렛 리빙스톤 교수는 자폐증 가능성이 높은 아기들에게 부모가 눈을 자주 맞추면 자폐증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과의 시선 교환이 사회적 소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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