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사람의 눈과 동물의 눈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사람에게는 있고, 동물에게는 없는 것. 흔히 '흰자'로 불리는 '흰 공막'입니다.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도 흰 공막은 있지만 아주 적습니다. 게다가 사람의 흰 공막은 면적이 넓어 눈에 확 띄지만 개나 고양이는 극히 일부이고 동공과 공막의 구분이 흐릿해 눈 전체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눈만 봐서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흰 공막이 없는 동일한 눈빛 때문에 눈을 보고 어디를 응시하는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동물이 더 잘 사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눈 전체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볼 때 그들이 어느 곳을 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알아 차리기 힘들어 대응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흰 공막이 넓은 사람은 그 사람의 눈을 쳐다보면 금방 그 의도와 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공막은 안구를 감싸고 있는 섬유조직입니다. 고릴라나 침팬지 등 영장류 동물의 공막은 홍채와 비슷한 짙은 갈색입니다. 인간만 흰공막을 가졌습니다.
영화 '혹성탈출 : 종의전쟁'의 주인공 시저의 매서운 눈동자는 사실 인간의 눈동자였던 것이지요. 시저의 케릭터를 강조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은 영장류 동물과 1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합니다. 연구팀은 실험대상과 연구자들을 마주보게 합니다. 그 후 연구자들이 머리와 눈을 여러 방향으로 돌리면서 실험대상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습니다.
실험결과, 영장류 동물들은 연구자의 눈 방향이 아닌 머리의 방향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연구자의 머리가 돌아가면 그 방향으로 따라 머리를 돌리거나 주의를 끌었던 것이지요. 반면, 이제 한 살된 유아들은 눈의 방향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습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입니다.
이 실험은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눈을 선호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눈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만 이런 흰 공막이 발달하게 됐을까요?
미국 펜실베니아대 팻 쉽먼 교수는 인간이 흰 공막을 가지게 된 것은 개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쉽먼 교수는 개가인간의 시선과 의도를 파악하게 되면서 인간과 개는 협력해서 사냥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 사냥 효율이 높아지면서 인간의 생존율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흰 공막을 가진 눈으로 진화해왔다는 가설입니다. 쉽먼 교수는 그 근거로 인류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은 개를 키운 흔적이 없으며,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흰 공막과 다른 침팬지와 같은 짙은 색의 공막을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에게 흰 공막이 생긴 이후에는 개를 더 잘 길들일 수 있게 됐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남게 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개를 키우던 호모 사피엔스와 개를 키우지 않았던 네안데르탈인 의 차이가 바로 여기 있었던 것이지요. 개가 있어 사냥감을 발견하는 시간이 단축됐고, 사냥시간도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전·닉스, 공부 못한 애가 갔는데"…현대차 직...
눈은 마음의 창이 맞을까요? '자폐'는 사회적 소통 능력에 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폐증에 걸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2017년 미국 하버드대 마가렛 리빙스톤 교수는 자폐증 가능성이 높은 아기들에게 부모가 눈을 자주 맞추면 자폐증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과의 시선 교환이 사회적 소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